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210년 중립 스웨덴 합류 ‘나토 연못’ 된 발트해… 러 고립 심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입 반대하던 헝가리도 비준 가결

스웨덴 “전투기 제공”으로 찬성표

나토, 전략적 요충지 발트해 둘러싸

NYT “푸틴이 예상못한 침공 결과”

동아일보

스웨덴 나토 가입… 찬성 188-반대 6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의회에 설치된 전광판에 26일 의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비준 투표 결과가 뜨고 있다. 헝가리는 찬성 188표, 반대 6표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 부다페스트=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814년 노르웨이와 전쟁을 치른 후 210년간 중립국 지위를 지켜왔던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26일 확정됐다. 스웨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석 달 만인 2022년 5월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신청한 지 21개월 만이다.

지난해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품에 안기면서 나토는 1990년대 후반 동유럽 국가로의 진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확장을 하게 됐다. 특히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맞닿은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 발트해를 포위하는 형세가 됐다. 나토는 향후 스웨덴 남동부의 고틀란드섬을 중심으로 대러시아 방어선을 재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나토 확장을 막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로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맞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산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 ‘푸틴 친구’ 헝가리 총리의 입장 선회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 후 줄곧 가입을 반대했던 헝가리 의회는 이날 스웨덴의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나토 가입에 필요한 기존 회원국의 동의를 모두 확보한 스웨덴은 세부 절차를 거쳐 이르면 3월 초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된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유럽과 대서양 안보를 책임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스웨덴과 같이 나토 가입을 신청한 핀란드는 지난해 4월 일찌감치 가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스웨덴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줄곧 친(親)러시아 행보를 유지해온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의 반대에 부딪혔다.

상황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23일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급물살을 탔다. NYT 등에 따르면 스웨덴이 헝가리 공군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자국산 전투기 ‘그리펜’ 4대를 헝가리에 추가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르반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나토 일원이 되는 건 서로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또한 지난달 미국산 F-16 전투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스웨덴의 가입을 허용했다. 이에 튀르키예와 헝가리 모두 ‘스웨덴의 가입’과 ‘자국의 공군력 강화’를 맞바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방의 단결을 가로막아 ‘푸틴의 친구’로 꼽히는 오르반 총리의 입장 선회로 푸틴 대통령의 대외 리더십이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나토 연못’ 된 발트해·북극해… 고립된 러

러시아와 1300km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면서 나토는 전략적 요충지인 발트해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포위하는 형세를 갖췄다. 발트해 연안에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이자 핵심 군사기지 ‘칼리닌그라드’가 있다. 이곳에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이 배치돼 있고 인근에 수많은 러시아 함대도 존재한다.

여기에 러시아를 제외하고 북극을 둘러싼 미국,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모두 나토 회원국이 되면서 북극해 또한 나토가 품게 됐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북극에는 러시아 해군 중의 핵심 부대인 북부 함대가 자리잡고 있다. 북극해 일대에는 석유, 천연가스, 니켈, 아연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묻혀 있어 경제적 요충지로도 꼽힌다.

군사 전문가들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따라 러시아의 핵잠수함이 나토 회원국의 탐지 없이 공해로 기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14년 전 폐지했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군관구를 부활시키며 나토 확장에 ‘맞불’을 놓았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올해 초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언급하며 “러시아 북서부의 중요한 목표물을 상당한 깊이까지 타격할 수 있는 군대와 무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군관구 부활을 언급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