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나토 우크라 파병시 충돌 불가피”…나토 진화에도 파병론 불씨 남아

유럽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파병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자 러시아가 거세게 반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서둘러 “우린 파병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프랑스 중심으로 파병론의 불씨가 남아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모스크바=AP/뉴시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일 경우 나토와 러시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페스코프 대변인의 거센 반발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날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우크라이나로의 직접 파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페스코프는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배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럴 경우 러시아는 불가피하게 나토와의 충돌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많은 국가가 그러한 행동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 상당히 냉철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AP 통신에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의 전투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직접적 군사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그는 “국제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그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할 권리가 있다”며 간접 지원방식에 기반을 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재 나토는 동맹체로는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군수물자와 의료 물자, 군복 및 동절기 장비 등만 보내고 있다. 31개국 동맹들은 개별적으로 혹은 그룹을 지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수품 등을 제공한다.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은 직접 파병에 선을 그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유럽이나 나토 국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군인을 보내지 않기로 한 합의는 미래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는 소수의 인력 외에 대규모 파병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유럽 또는 나토 군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주둔하는 것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지뢰 제거나 무기 생산, 사이버 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며 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세주르네 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이런 조치 가운데 일부는 전투 영역을 넘지 않는 선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직접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며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여전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투병이 아니어도 비전투 병력의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파병해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주르네 장관은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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