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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규제 풀자 '옛 영광' 찾은 일본 빅테크…한국은 '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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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 26일 도쿄에서 닛케이지수를 보여주는 전광판을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도쿄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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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최근 대대적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주식시장을 버블 전보다 더 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타다'와 '우버블랙' 등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를 옥죄고, IT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는 플랫폼경쟁촉진법(플랫폼법) 등 규제를 한층 강화하며 반대의 길로 들어섰다. 일본과 상반된 한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을 끊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폐쇄적인 일본'은 옛말...규제 푸니 외국인 투자 비중 70%

27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7000선까지 떨어졌던 일본 닛케이지수는 26일 사상 최고치인 3만9233.71로 마감했다. 이틀 연속 신기록 경신이다. 버블경제 당시 최고치인 3만8915를 34년 2개월만에 갈아치웠다. 노무라증권 등은 닛케이지수가 올해 연말까지 4만~4만5000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활황은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늘어난 덕이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규제 완화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수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을 만나 "일본 시장을 개혁하고 규제를 완화해 외국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등 친기업·탈규제 행보를 이어왔다. 최근 일본 주식시장의 거래량 중 약 70%를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규제 완화 움직임은 기시다 총리 취임 전부터 이어졌다. 2017년 일본은 핀테크·공유경제·사물인터넷 등 IT 규제를 완화하고 드론 화물배송 기술 도입 등을 위해 IT프로젝트 특구를 설치했다. 올해 4월부터는 '승차 공유'를 전면 해제한다. 이에 맞춰 우버는 테슬라와 손잡고 올해 모델Y 100대를 일본에 투입한다.


규제 폭탄 이어지는 한국…"한국에 투자할 기업인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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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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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기조를 지속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빅테크에 대한 전방위 규제 압박이 연일 이어지며 투자 매력을 나날이 떨어뜨리고 있다. 2020년 승차공유를 중지하며 모빌리티 혁신을 멈추게 한 '타다 금지법'은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힌다. 합법적 서비스인 '우버블랙'도 택시단체의 반대와 국토교통부의 방관 속에 최근 시범운영 서비스를 한달만에 종료했다.

이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는 IT업계의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모두가 반대하는 플랫폼법을 여전히 추진중이다.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기업가치는 급격히 하락하는 양상을 반복하고 있다, 플랫폼법의 전신 격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추진하기 시작한 2021년 9월 정부 발표가 나온 뒤 한달 동안 네이버(NAVER) 주가는 12.8%, 카카오 주가는 23.4% 떨어졌다. 당시 증발된 네카오 시가총액만 25조원에 달했다. 이번 플랫폼법 추진 과정에서도 한달 새 7조원 가까운 네카오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과거 한국 기업에 활발히 투자해오던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플랫폼법과 같은 과잉 규제로 세계에서 고립되고 있다"며 "나를 포함, 한국 기업에 투자하려는 전 세계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고 국내 시장 환경을 혹평했다.


가뜩이나 투자 부족한 IT 바닥…플랫폼법에 자금줄 더 마를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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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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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플랫폼법이 시행되면 투자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해외 자금이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외국인 보유금액 비중은 2003년 41.2%였으나 2023년 말 28.8%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특히 수많은 IT기업들이 상장된 코스닥의 외국인 비중은 8% 수준에 불과한데, 규제가 강화돼 기업 환경이 악화되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과 대만 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대만의 경우 대표기업 TSMC 외에도 미디어텍, 폭스콘, 청와텔레콤, 퀸타컴퓨터 등 IT 테크 기업들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대만 가권지수는 지난 15일 1만8644.57를 찍었다. 사상 최고치였다. 미국 나스닥은 시총 1~5위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구글 지주사), 아마존, 엔비디아가 연일 랠리를 거듭하며 2021년 11월의 전고점(1만6057.4)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게 시장환경의 불확실성인데, 한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 도입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정작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이제는 시장 안정을 위해 플랫폼법 전면 철회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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