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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과학세상] 삶과 죽음을 오가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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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2월 9일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의 동반 안락사 소식을 접했다. 기사 안에는 이런 결정을 한 이유와 함께 ‘존엄하게 생을 마치기로 했다’라는 글귀도 함께 들어있었다.

여러 전제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안락사도 자살이다. 그런데 번개탄이나 수면제 따위를 이용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 ‘비극’이라 한다. 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이르게 된 죽음에 대해선 ‘인간답게’ 혹은 ‘존엄’이란 형용사가 붙는다. 어떻게 평가받는가와 관계없이 이 둘 모두 ‘말하기에 좀 거시기한’ 끝맺음이다. 그렇다고 ‘생의 마지막은 내 손으로 결정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아주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 위의 기사에 ‘한국에도 안락사를 도입하자’는 댓글이 적잖이 달렸던 걸 보면 ‘내 생명은 내 것’이라 보는 사람이 많구나 싶다.

죽음을 미루는 냉동기술은 아직 불가능


SF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생명의 시작이나 중간 혹은 마지막을 인간의 의지로 결정하려는 과학기술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에일리언(Alien) 시리즈 1’도 이 중 하나다. 이 영화의 주 무대는 우주선 노스트로모(Nostromo)로, 총 7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다. 이들이 우주로 가는 긴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인체가 얼어붙었다 미래에 다시 깨어나는 기술 때문이다. 영화는 극저온 잠에 빠져 있던 이들이 메인 컴퓨터 ‘마더’로부터 긴급 호출 신호를 받고 깨어나는 걸로 시작한다.

인체 냉동 보존술은 영원히 살고자 하는, 아니 죽음의 시점을 계속 미루고자 많은 시도들 중 하나다. 최초로 냉동인간을 선택한 이는 버클리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였던 제임스 베스퍼드(James Hiram Bedford, 1893.4.20.~1967.1.12.) 박사다. 암 선고를 받은 상태였던 그는 암 완치가 가능해지면 다시 깨어나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걸로 알려져 있다. 올해가 2024년이니 베드퍼드가 냉동 보존된 지 60년이 다 돼가고 있는데, 아직 그를 온전한 상태로 다시 깨울 수 있단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 기술로 죽음을 영원히 미루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그렇다고 이 기술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건 아니다. 개별 세포의 경우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 정자나 난자를 냉동했다는 얘기도 친숙하고, 회충과 같은 단순한 동물의 경우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의 경우는 좀 다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인체의 70%가 수분이다. 그런데 수분은 냉동 과정에서 얼음 결정으로 변해 세포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한 번 망가지면 세포는 복구가 어렵다. 때문에 몸 속의 모든 체액을 빼내고, 이를 부동액으로 채워 넣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부동액 또한 독성이 강해 회복 불가능한 장기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제거하는 방법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결국 언젠가 모를 ‘부활의 날’은 아주 멀고 먼 미래에 있거나 절대 오지 않는 미래의 날일 수 있단 의미다.

SF 영화의 대표급이라 할 ‘스타트렉(Star Trek)’ 시리즈를 보면 ‘저런 건 나도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장치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 하나로 닥터 멕코이가 자주 사용하는 ‘트라이코더(Tricoder)’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센서와 컴퓨터를 내장한 손바닥 크기의 기기로 일종의 스캐너다.

이것만 있으면 처음 본 외계 행성의 대기나 지질 상태를 분석하는 게 가능할 뿐 아니라, 생명체의 존재 여부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그 생명체의 몸에 장치를 갖다 대기만 해도 생체 정보를 알아낼 수 있고 질병을 진단하는 게 가능하다.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싶으면 격리를 한 상태서 비접촉으로 진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휴대폰에 의한 의료진단 기술 급속 발전


삶과 죽음을 오가는 냉동 보존기술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이처럼 손쉽게(?) 내 몸 상태를 점검하고 보살필 수 있다면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10년 전 일이기는 해도 유사한 진단기기의 개발을 목표로 공모전이 열렸고, 여기에 걸린 상금은 무려 10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100억 원이 넘었다. 이 기기가 얼마나 큰 관심을 끌었는지 알 수 있다. 아직은 영화 속 장치에 버금가는 만능 의료 스캐너가 개발됐고, 곧 상용화가 눈앞에 있단 말이 들리지 않았다.

지금으로 봐선 트라이코더 대신 휴대폰이 의료 스캐너의 역할을 하게 될 거 같다. 휴대폰의 사진 인식 기능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고, 이를 각종 의료 앱과 결합하면 자가 진단을 받는 게 가능하다. 신형 폰의 경우 온도 센서도 내장되어 있다. 그러니 체온 측정은 일도 아니다.

의료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니, 새삼 ‘생명이 참 무거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돌이켜봐야 할 사실이다.

[이난영 과학 칼럼니스트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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