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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북스&] 머스크의 우주여행 배경엔···NASA 벽 허문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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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넘어서

로리 가버 지음, 다산북스 펴냄

NASA 부국장 지냈던 로리 가버

국가만 우주 영역 다룰수 있다는

과학자·정부의 고정관념에 반발

블루 오리진·스페이스X 등 기업

우주 개발 동참하도록 환경 조성

서울경제



1985년 여행사 소사이어티 익스페디션스는 우주여행을 내걸고 여행객을 모집했다. 향후 우주선이 완성되면 상품을 예약한 여행객을 우주로 데려가겠다는 상품이었다. 야심찬 상품은 우주선을 개발하지 못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우주비행사, 과학자에만 열렸던 우주로 일반 시민도 비행하고 싶다는 꿈은 36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현실로 이뤄졌다.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등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에 뛰어든 덕분이다.

신간 ‘중력을 넘어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부국장을 지낸 로리 가버가 민간 기업, 연구단체가 우주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든 과정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의 주요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항공우주 분야에서 고문으로 찍은 전문가다. NASA에서 전환팀, 부국장 등을 맡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우주개발정책을 펼쳤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과학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책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건 저자가 정부, 국회, NASA의 반대를 뚫고 민간 기업도 우주 개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있었기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에 뛰어들어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책은 이 과정을 자세하게 조명한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저자가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X의 초창기 창업자들을 만나 회사를 견학했던 경험을 소개한 내용이다. 블루 오리진을 견학했을 당시 저자는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선을 재사용하기 위해 비행 후 남은 연료 청소시 레몬 주스를 사용한다고 말한 점을 인상적으로 꼽았다. 통상 독성물질을 사용하면 각종 예방 조치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민간 기업인 만큼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고민한 끝에 우주개발기업이 감귤 추출물 업계의 최대 고객사가 됐다는 주장이다.

일론 머스크가 처음 스페이스X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저자는 머스크가 화성에 가기 위해 저렴한 발사체를 찾던 중 러시아 로켓 설계자가 그의 신발에 침을 뱉는 등 무례하게 굴어 기분이 상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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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이 같은 민간기업에 우주 개발 및 연구의 기회를 열어주기까지 쉬운 건 아니었다. 우주는 국가, 정부만 다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저자는 고정관념을 가진 NASA 내 직원들부터, 유력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들에 반발했다. 시간, 비용을 줄여 지속가능한 우주 개발을 위해서는 더 이상 우주를 NASA만의 영역에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실제로 NASA라면 3억 달러 들여 할 법한 시험 설비를 블루 오리진에서는 3000만 달러에 해결했다. 우주선 발사 전 발견된 균열로 NASA는 몇 주간 발사 중단을 예상했지만 스페이스X는 하루 만에 이를 고치고 발사에 성공했다.

민간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 이면에는 NASA의 관료주의도 한몫 했다. 저자는 NASA가 새로운 변화는 시도하지 않고 한정된 예산, 감독의 부재 속에 기존 프로젝트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학자, 정부, 국회의원들이 하던 대로 하자는 ‘중력’을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저자에겐 과제였던 셈이다.

과학적, 사회적 중력을 뛰어넘으면서 달과 화성에 우주선과 사람을 보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우주 개발을 하면서 현재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발전을 이뤘다고 말한다. 현재 극복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향후 발견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우리가 처음으로 허름한 대기를 넘어서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모습, 사는 곳,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상황에 의해 초래되는 정치적, 정책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2만4000원.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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