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5 (월)

“의대 증원은 타협 불가” VS “의사 안 부족해”… 평행선 달린 의정 TV토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필수의료·지역의료 재건 필요성 동의
의대 증원·의료사고특례법 등 견해차
환자단체 "정부·의사, 환자 내팽개쳐"
한국일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왼쪽)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놓고 23일 KBS에서 생방송으로 TV토론을 벌였다. 방송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한계에 봉착했다. 대형병원 장시간 대기, 상경 진료, 응급실 뺑뺑이, 지역병원 구인난 등 익히 경험하지 않았나. 전반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과연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가? 외국에선 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가 숨지기도 한다. 인구당 의사 수만 따져선 안 된다. 의사는 부족하지 않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23일 KBS 생방송 TV토론에서 만났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무너진 필수의료·지역의료를 되살려야 한다는 전제만 일치했을 뿐,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전혀 달랐다.

양측은 한국에 의사 수가 부족한지에 대한 판단부터 엇갈렸다. 박 차관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공급은 한정돼 있어 의사가 부족하다. 대형병원과 동네병원, 폭증하는 미용·성형 시장 등 의료계 내부에선 의사 수급·분배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10년간 개원가 의사는 3.8% 늘었지만 병원 봉직의는 1.4%밖에 안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고령화되고 있지만 건강 지표는 과거보다 개선됐다. 또 인공지능(AI) 발달로 의료인력 업무가 줄어들 수 있다. 외국보다 3배 많은 과도한 의료 이용까지 고려하면 과연 의사가 부족한지 의문이다”라고 반박했다.

의협은 “의대 증원 계획 백지화”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2,000명은 변동 없으며 타협할 대상도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박 차관은 “여러 연구보고서에서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을 예측했고 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정책적 결정을 한 것”이라며 “당장 내년에 증원해도 의사는 10년 뒤에 나온다. 증원이 늦어질수록 나중에 충격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의료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지금도 기초의학 교수가 부족한데 급격한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나흘째 이어진 23일 충북대병원 응급실에 진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사직으로 발생한 의료대란 사태에 관해선 의정 모두 전공의에 의존하는 병원 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 위원장은 “피교육생 신분인 전공의가 떠났다고 의료가 붕괴되는 건 정부 정책의 문제”라고 꼬집었고, 박 차관은 “그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개혁을 하는 건데 의사들이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고 실력행사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필수의료 위기 해법으로 수가 인상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필수의료 수가가 낮기 때문에 병원 적자가 지속되고 전공의는 과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에 10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차관은 “저수가 문제에 공감하며 신속하게 조정하려고 한다. 이미 지난해에 분만 수가도 80만 원에서 256만 원으로 올렸다”면서도 “어려운 점은 있다. 일례로 수가 인상 뒤 대학병원 교수가 개원을 한 사례도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필수의료 기피 원인으로 지목되는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하고자 정부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해 피해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면 형사 기소를 면제하는 게 골자다. 박 차관은 “한국에선 환자가 의료사고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고 피해 사실도 환자가 입증해야 해서 결국 소송으로 가는 사례가 많다”며 “특례법은 의사단체, 병원단체, 소비자단체가 함께 논의해 왔다. 백지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특례법에는 환자 동의 필수 조항, 피부·미용 제외 조항 등 단서가 있는데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적용 의무화) 아래 불가항력적 사고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에선 동맹휴학에 들어간 의대생 대표, 직접적 피해자인 환자단체 관계자도 전화로 출연해 의견을 보탰다. 김건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은 “학생들은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탈감과 회의를 느끼고 있다”며 “타인을 위해 살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잠도 못 자면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교실과 병원을 떠나는 건 본인들의 숭고한 꿈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안선영 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의사들만 숭고한 꿈을 갖고 직업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 모든 직업인이 각자 소명의식 갖고 열심히 일한다. 의사들만의 특권인 것처럼 들려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도 의사도 환자를 내팽개쳤고, 가장 큰 피해를 보는 환자를 배제한 채 서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며 “환자 피해에 대해 병원과 의사,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