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3 (토)

[단독] "토 달면 출입금지"… 인천공항 단속에 택시 기사들 분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택시기사들 “완장 찬 택시 단속원에게 항의도 못 해”

자의적·일방적 입차 제한으로 택시 영업 차질

공사 “직원들도 기사들에게 반말·욕설 들어”

“공항 택시 안내·단속 직원 말에는 토를 달 수가 없어요. 해명하다 언성이 높아지면 입차를 제한한다고 엄포를 놔요.”

세계일보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년째 인천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임종근(62)씨는 지난해 10월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했다. 그날 임씨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택시 승차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교통공사가 교통약자 수송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바우처택시(비휠체어 장애인콜택시)로 등록된 임씨에게 호출이 떨어졌다. 주변에 콜을 받는 기사가 없었던 탓에 호출은 한 번 더 울렸다.

사건은 임씨가 택시를 기다리고 있을 장애인 승객을 위해 승차장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택시 안내·단속 직원이 “승차장에서 대기 중에 콜을 받고 나갈 수 없다”며 그를 가로막은 것이다. 임씨는 “장애인 승객에게 여기로 오라고 할 수도 없고 다른 기사들이 콜을 받지 않아 가야 한다”며 “일반 콜도 아니고 장애인 콜”이라고 설명했지만 직원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지금 나가면 나중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할 뿐이었다.

세계일보

지난 2023년 10월 28일 임종근씨가 당시 받은 장애인콜 화면. 임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임씨는 승차장을 나와 손님을 태워다 주고, 30일간 입차 제한 조치를 받았다.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 담당 부서에 이의를 제기해도 사정을 참작해 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임씨는 한달만 참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임씨는 지금까지도 공항에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 택시 승차장으로 들어가려면 대기장에서 순번을 받고 기다려야 하는데, 임씨의 차량이 여전히 입차 제한으로 등록돼 있어 입구 차단기가 열리지 않는 것이다. 그는 택시 안내·단속 직원에게 여러 번 항의했지만 바뀌는 게 없었다고 했다.

세계일보

지난 2023년 11월 인천국제공항 택시 출입구 앞에 붙은 입차 제한 차량 공고문. 공고상 제한 기간은 지난해 12월30일까지지만 임종근씨는 여전히 공항에 출입할 수 없는 상태이다. 임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공사 측이 내규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택시 입차를 제한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공항 승차장에서 택시 안내·단속 직원의 지시를 듣지 않았다며 입차를 제한하는가 하면, 당초 공고한 기간이 지나도 제한 조치를 풀지 않는 식이다. 택시기사들은 “기사들에게 승차장 관리 직원의 말이 곧 법인 상황”이라며 “기사들을 향한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인천국제공항 택시이용시설 운영규칙’ 제14조는 규칙을 위반한 택시기사의 입차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사항별로 입차 제한 기간도 정해져 있다. 부당 영업을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입차 제한이 전적으로 택시 안내·단속 직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져 있고, 이의신청 역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운영규칙에 따르면 승차장이나 대기장에서 콜을 받아 나가는 경우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공항택시이용시설을 이용하는 행위’로 간주해 30일간 입차를 제한할 수 있는데, 임씨처럼 장애인 콜을 받는 경우까지도 이에 포함되는 일이 발생했다.

또 운영규칙은 공사 직원 또는 관리자의 ‘정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최소 90일에서 무기한으로 입차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 역시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항에서 자주 손님을 태운다는 대형택시 기사 이모(67)씨는 “완장 찼다고 속된 말로 갑질을 많이 한다”며 “택시 안내·단속 직원에게 항의하다가 지시에 불응한다며 입차 정지당하는 기사를 여럿 봤다”며 혀를 찼다.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년 차 택시기사 장모(67)씨도 재작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공항에서 3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장씨가 손님을 태울 차례가 됐다. 승차장에서 목적지까지 말한 손님이 갑자기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한 뒤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 사이 뒤에 있던 손님이 탑승하려고 하자, 장씨는 그에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니 뒤차를 타라고 안내했다.

그러자 택시 안내·단속 직원이 다가와 정씨가 ‘승차거부’를 한다며 경고했다. 정씨는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기다려달라고 한 손님은 공항과 가까워 기사들이 기피하는 서울 강서구가 목적지였는데 내가 손님을 골라 태운 것도 아니고, 상황을 이야기해도 자기 말대로 뒤 손님을 태우지 않는 게 기분이 나쁜 듯이 보였다”고 토로했다.

장씨도 끝내 승차거부로 입차 제한 조치를 받았다. 제한 기간인 60일이 지나도 조치가 풀리지 않아 그는 공사 측에 이의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며칠 뒤 임씨는 ‘심의 결과 이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입차를 제한당한 기사들은 공항에서 손님을 태울 방법이 없다. 장씨는 “지금도 가끔 서울에서 손님이 가자고 해서 인천공항에 가면 승차장에서 손님을 기다릴 수 없으니 빈 차로 나와야 한다”며 씁쓸해했다.

공사는 정당한 이의신청은 심의위원회를 통해 반영하고 있으며, 제한 기간이 지난 뒤에도 입차하지 못하는 문제가 시스템상 오류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기간 종료 이후에도 택시이용시설 출입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시스템 장애로 사료된다”며 “택시안내소 등에 요청하면 출입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안내·단속 직원들 역시 현장에서 기사들로부터 반말이나 욕설을 듣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