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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시스템 공천' 흔들?…與, 서울 마포을에 '장애인 혐오발언' 함운경 전략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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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운동권을 '지진아'에 비유해 비판하는 등 장애혐오 발언을 한 전향인사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을 서울 마포을에 우선추천(전략공천)했다. 공관위는 비상대책위원회의 반대로 경기 고양정 전략공천이 보류된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해서는 비대위 의견을 받아들여 전격 재논의를 의결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12차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사안은 세 가지로 △함 회장 서울 마포을 전략공천 △김 전 의원 경기 고양정 전략공천 철회 및 고양정 공천 전면 재논의 △인천지역 경선후보 1인에 대한 경선후보 자격박탈 의결 등이다.

정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현역 정청래 의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함 회장을 전략공천한 데 대해 "함 후보는 민주화운동동지회를 결성하고 운동권 정치의 해악을 해소하는 데 헌신하고 계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86 운동권 출신의 전향인사인 함 회장은 민주당 등 야권의 ‘운동권 정치인’을 비판하면서 장애인 혐오표현을 사용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함 회장은 지난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칙과 특권의 청산을 위한 운동권 정치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했는데, 이 자리에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겨냥해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는 뭐라고 해야 하냐. 시대적 지진아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시대적 지진아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네트워크를 통해서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진아'란 학습·지능 발달이 더딘 지적장애 아동을 지칭하는 말로 장애를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장애인 혐오표현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지진아'로 비유해 비판해 논란에 휩싸였는데, 당시 자유한국당은 "지체장애인과 한국당을 비하했다"(윤기찬 대변인)며 민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함 회장이 해당 발언을 남긴 토론회는 여당의 총선전략인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한 위원장이 축사를 보내고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국민의힘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선 "극단적 혐오의 언행을 하시는 분들은 우리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정 위원장은 전날 22일 비대위가 의결을 보류하며 '재논의 해달라'고 요구한 김현아 전 의원의 경기 고양정 전량공천과 관련해서는 "재논의하기로 의결했다"며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서 적정하고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추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의 전량공천을 철회하고 "후보 신청한 분들 모두를 놓고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으며 당에서도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앞서 공관위는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김 전 의원을 전략공천 후보로 선정했지만, 비대위는 전날 오전 비공개회의에서 공관위의 해당 결정을 의결하지 않고 재논의를 요구했다.

이는 시스템공천의 취지를 강조하며 "결과에 승복하는 것"을 강조해온 한 위원장이 공관위 의결사항에 제동을 건 사례로, 이에 일각에선 '공관위와 비대위 간의 파워게임이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 전 의원 또한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저에 관해 제기되는 의혹들은 2022년 경찰수사에서 이미 무혐의·불송치됐던 것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국면에서 정치 편향성 있는 언론사·기자에 의해 물타기 기사로 작성된 것"이라며 반발한 상태다. 후반부로 접어든 국민의힘 공천상황에 해당 안건이 갈등의 씨앗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이날 정 위원장은 이 같은 '파워게임' 의혹 등에 대해서는 "공관위와 비대위의 역할이 좀 다르다. 비대위는 오히려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거고 공관위도 지역에 관해서 생각하고 검토하는 게 있어 시각차가 있는 것"이라며 "건전한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김 전 의원 전략공천 보류로 시스템공천이 흔들린다는 평가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진 않다"고 했다.

장동혁 사무총장 또한 "비대위 또는 최고위와 공관위는 다른 고려를 할 수도 있다. 선거 전체나 당의 여러 방향에 대한 다른 고려를 할 수 있다"며 "단수공천이나 우선추천의 경우 비대위 또는 최고위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이렇게 다른 의견 내는 것 자체가 당이 건강한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갈등성을 부정했다.

앞서 언론에선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부산 사상 지역구에 장 의원의 최측근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단수공천 되는 과정에서 친윤계 이철규 공관위원과 비대위 지도부 측 장 사무총장(당연직 공관위원) 간의 설전이 오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장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 과정에서 위원들마다 서로 의견이 다를 순 있다"고 부인하지 않으며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토론하는 것은 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오히려 우리 공관위원회가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제12차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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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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