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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연금과 보험

대통령까지 나선 ‘간병지옥’ 대책, 똘똘한 ‘치매·간병보험’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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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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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씨의 할아버지는 치매로 장기요양등급 5등급 판정을 받았다. 근처에 사는 A씨의 할아버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보내고 있다. 등급 기준 미달로 요양원 입소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간병은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가끔씩 방문해 돌봐주는 것이 전부다. 부쩍 심해진 치매 증상에 간병인을 쓰자니 직장인 한 달 치에 맞먹는 월급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A씨는 요즘 간병에 지친 어머니를 보며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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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아 부모님과 본인의 치매·간병을 미리 준비하려는 금융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급속한 노령화로 노령 인구는 증가하고 있는데, 요즘 간병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크게 뛰었다. 큰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일궈온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버팀목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유병 장수’의 시대에 맞는 재테크 전략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치매·간병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보험사들도 잇따라 관련 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100세 시대를 준비하려는 금융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부모님을 위해 선택한 치매·간병보험이 장기적으로 자식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워낙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 있는 탓에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렵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보장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고, 보장해주는 치매 중증도와 보험기간, 보험료 수준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간병비 월 400만원
간병 문제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에서 피해갈 수 없는 이슈가 됐다. 오랜 병 수발 끝에 간병 살인, 동반자살 등 비극적인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간병’은 물론이고, 직장마저 그만두고 간병에 매달리는 자녀 세대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고, 2025년에는 고령자 비율이 20.6%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와 함께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치매환자 수는 94만 명으로 2017년 71만 명 대비 20만 명 이상 늘었다. 2050년에는 치매환자 수가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간병비 부담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환자의 간병비는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제외하고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중증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들이 주로 머무르는 요양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기관이 아니어서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식대를 별도 청구하는 건 기본이고, 환자의 덩치가 크다며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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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 간병도우미료는 1년 전보다 11.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전 품목이 평균적으로 1년 전에 비해 3.3% 올랐는데, 간병비는 이보다 3배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하루 7만~9만원 하던 간병비는 지금 12만~15만원 수준이다. 간병인을 둘 경우 매달 400만여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한 달 치 월급에 달하는 돈을 간병비로 쓰느니 직접 병구완을 하겠다고 간병에만 매달리는 보호자도 있다.

최근에는 간병비 지출을 버티지 못하는 환자가 늘면서 ‘간병 파산’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간병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간병 부담은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라며 “국민 간병 부담을 하루빨리 덜어드릴 수 있도록 복지부가 관계부처와 함께 조속한 대책을 마련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치매·간병보험 미가입자들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적 간병보험인 장기요양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일반 대상자가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면 재가의 경우 15%, 시설의 경우 2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요양원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을 받아야 하고, 요양원에 들어가지 못해 재가센터를 이용할 경우에도 장기요양보험의 지원 범위가 1~2등급 기준 하루 4시간, 3~5등급 기준 하루 3시간으로 제한된다. 해당 시간 외 돌봄에 필요한 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최근 고령자가 늘면서 장기요양보험에 들어가는 돈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장기요양보험의 1인당 연간 급여비(비급여 제외)는 1628만원으로 집계돼 5년 새 12.2% 늘어났다. 전체 수급자(99만9451명)와 급여비 규모(12조5742억원)는 5년 새 54%, 77.9% 급증했다. 환자 본인들이 부담하는 치매 치료·간병 비용도 최근 들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치매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은 최근 5년간 34.8% 증가해 2조2000억원(2021년 기준)으로 늘었다.

노후 재테크를 위협하는 병원·간병비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민간보험회사들의 치매·간병보험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치매·간병보험은 일반적으로 75세 이상 고령에도 가입이 가능한 데다, 종신까지 보험금을 수령하는 상품도 있어 지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상품의 담보와 보장범위가 다른 만큼 계약자들은 세부 사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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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8명은 간병·치매보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별 보장·보험료 할인 챙겨야
치매보험은 주계약에서 진단·생활 자금을 보장한다. 이때 치매 중증도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와 액수가 달라진다. 치매보험은 임상치매척도(CDR)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에 따라 치매 중증도를 판단하고, 경도, 중등증, 중증 치매와 같이 치매 정도에 따라 지원되는 보험금이 달라진다.

진단자금은 보통 치매로 진단받을 때 한꺼번에 지급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경증(경도·중등도) 치매 환자는 67.1%에 달한다. 이전까지는 중증 치매만 보험금을 주는 상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증 치매를 보장하는 상품도 다수 출시됐다. 최근 출시된 메트라이프생명의 ‘360 치매간병보험’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진단 관련 특약을 선택하면 경증 치매부터 10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중증 치매 진단을 받으면 3000만원의 진단비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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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생명 ‘(무)Top3매월받는 간병비보험’도 경증 치매를 폭넓게 보장한다. 경도이상치매 진단 시 일시금으로 보험금 500만원이 지급되며, 중등도이상치매 진단 시 일시금 1500만원과 매월 간병비 자금 100만원씩 50개월 확정 지급된다. 이때 경도이상치매 진단금이 지급된 적이 없다면 경도이상치매 진단금 500만원도 추가 지급된다.

생활자금은 지급 여부와 액수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부분 상품은 중증 환자에게만 생활자금을 주는데, 최근에는 일부 상품에서 경증 환자에게도 생활자금을 주는 상품이 출시됐다. 치매보험은 보통 생활자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한다. 상품마다 지급 액수는 물론 횟수도 다르다. 생활자금을 종신까지 지급하는 상품도 있지만, 12·24회 등 횟수를 제한한 상품도 있다.

흥국생명이 출시한 ‘(무)흥국생명 치매담은다(多)사랑보장보험V2’는 업계 최초로 중증장기요양 생활자금뿐만 아니라 경증장기요양 생활자금도 종신 보장(해당특약 가입 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입자가 경증장기요양(1~5등급) 또는 중증장기요양(1~2등급) 판정 후 매년 생존 시 생활비를 각각 최대 20만원, 80만원 씩 36회 지급을 보장하고 최대 종신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경증·중증장기요양 상태 판정을 받았다면 재가·시설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생존만으로 생활비 보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보험금 대리청구인 지정도 보험 계약자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 제도는 본인 스스로 보험금 청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해주는 사람을 미리 지정하는 제도다. 치매에 걸리고 난 이후에는 보험 가입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험 가입 사실을 미리 가족 등 보호자에게 알리고, 사전에 보험금 대리청구인을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치매·간병보험은 보험기간과 보험료 수준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필수다. 보험 혜택을 대부분 초고령에 받고 장기간 가입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80세 이상의 나이도 보장이 되는지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아울러 보험료가 적게는 2만~3만원에서 수십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장기간 납입 가능한 수준인지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

보험료를 절약하고 싶은 소비자라면 부부가 각각의 피보험자로 2개의 계약을 체결할 경우 납입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을 주목해볼 만하다. KDB생명의 ‘버팀목치매보장보험’은 자녀가 부모(배우자의 부모 포함)를 피보험자로 지정해 계약을 체결하거나 부부가 각각 피보험자로 2개의 계약 체결 시 납입 보험료의 5%를 할인 제공한다. 아울러 치매·간병보험은 다른 보험과 마찬가지로 일찍 가입할수록 보험료가 저렴한 구조다.

노인 10명 중 8명 치매·간병보험 없어
초고령사회와 치매환자 100만 명시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8명은 치매·간병보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치료비와 간병 비용부담도 급격히 커지고 있어 간병 위험 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간병·치매보험에 가입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161만 명(2022년 기준)으로 가입률이 17.9%에 그쳤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27.2%로 가입률이 가장 높았고, 간병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70대부터는 오히려 가입률이 19.2%로 떨어졌다. 80대 이상은 1.9%로 크게 낮아 초고령층의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개발원은 “초고령화시대의 가장 두려운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성인병이나 가벼운 치매 발병이 시작되는 40~50대부터 미리 보험 가입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간병보험은 상품마다 간병비 지급 사유가 치매 진단, 장기요양등급 판정 등으로 각각 다르므로 해당 상품의 보장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1호 (2024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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