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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3 (토)

[사설]‘상습지각에 뉴스요약이 주 업무’ 주재관… 기업이면 해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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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서울 종로구 감사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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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공관에 파견된 경제부처 주재관들이 주재국 동향 파악이나 기업 지원 같은 핵심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현지 경제·산업 동향과 주요 규제 정보,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문 형태로 본국에 알리는 것이 주요 임무다. 그런데 2022년 발송한 전문의 절반 이상이 현지 뉴스나 정부 보고서를 단순히 번역 요약하거나 원본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준의 보고만 해온 주재관도 여럿이었다니 심각한 근무 태만이자 기강 해이가 아닐 수 없다.

주중 대사관에 파견된 관세관은 2021년 요소수 대란 당시 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 제한 공고를 확인하고도 본국에 알리지 않았다. 요소 수출 규제가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행정직원에게 번역만 지시했다고 한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국내 요소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이 문제는 관련 부처에 보고됐다. 관세관이 공고를 확인한 지 16일 만에 관계부처 회의가 열린 것이다. 주재관의 허술한 업무 처리와 전문성 부족에 조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 일부 대사관의 주재관은 우리 기업들의 사업 추진을 지원하거나 민원을 해결해준 실적이 0건이었다. 기업 민원을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다른 기관에 넘기거나 단순 정보만 제공한 사례도 허다했다. 민간 기업이라면 해고감이겠지만 이들 주재관은 불이익은커녕 후한 평가를 받았다. 주일 대사관의 관세관은 10일 중 7일을 지각하고 특별한 실적이 없는데도 성실성 등 전 항목에서 최고·차상위 등급을 받았다. 감시가 소홀한 재외공관에서 형식적이고 온정적인 평가가 이뤄진 것이다.

주재관의 업무 태만은 재외공관 근무를 포상처럼 여기는 공무원들의 관행 탓이 큰데,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들 몫이다. 주재관 1명을 해외에 파견하는 데 평균 1억4300만 원의 세금이 든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쏟아내는 가운데 관련 정보를 최일선에서 수집해야 하는 주재관들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전쟁의 파고를 잘 헤쳐갈 수 있도록 재외공관은 물론이고 주재관이 든든한 지원군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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