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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3 (토)

[횡설수설/김승련]슬쩍 물러난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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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부 폐지를 전제로 ‘여성가족부의 마지막 장관’을 자처하던 김현숙 장관이 어제 이임식을 치렀다. 지난해 8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5개월 만이다. 후임 김행 후보자가 하차하는 바람에 장관직 수행 기간은 21개월로 늘어났다. 후임자 지명 없이 차관 대행 체제로 갈 전망이다.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1호 공약으로 폐지를 공언했던 조직이다.

▷폐지 추진일까, 존속일까. 대통령의 생각은 파악되지 않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호 공약을 110대 국정 과제에서 제외시켰다. 공약 후퇴 논란이 생기자 대통령은 “거짓말을 했다는 말이냐”고 반문했고, 행정안전부는 몇 개월 뒤 폐지안까지 내놓았다. 요즘 용산 대통령실 기류는 애매하다. 공약으로는 살아있지만, 실행 여부는 총선 후 정국에 달렸다는 말도 들린다. 차관 대행 체제는 적어도 총선 전에는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이를 놓고 인사청문회 부담으로 총선 이후로 장관 임명을 미룬 것일 뿐이란 해석도 나온다. 어느 경우건 1호 공약인데도, 똑 부러지게 설명하지 않는 것은 어색하다.

▷김 장관의 조용한 사퇴는 국정 얼버무리기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새만금 잼버리는 어느 정부의 누가, 무엇을, 왜 잘못했는지 명확히 가려야 한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무총리실이 나서서 김현숙 장관, 박보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잼버리 공동 조직위원장은 물론 집행위원장이던 김관영 전북지사를 상대로 정밀조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종합 조사는 없었다. 대신 감사원 감사가 9월 시작됐고,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며, 언제 결과가 나올지 감감무소식이다. 4월 총선 이후 ‘아무도 잼버리를 기억 못 할 때’를 골라 슬쩍 공개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정부가 미적거렸다면 국회라도 갈피를 잡았어야 했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9월에 여가부와 문체부 장관이 ‘때맞춰’ 교체됐다. 잼버리 책임을 지닌 장관에게 직접 물을 방법이 사라졌다. 그러다 김행 후보자의 중도 사퇴가 빚어졌고 11월이 되어서야 김현숙 장관 상대로 본격 질문 기회가 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소리만 높였지 새롭게 밝혀낸 게 없었다. 김 장관도 “이미 사과한 대로다. 사의를 표명했다”는 식으로 넘겼다.

▷여가부는 어떤 운명을 맞을까. 폐지 추진 가능성이 남았다지만 총선 이후라고 법 개정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누가 총선 승자일지 모른다. 국민의힘이 이기더라도 지금처럼 민주당이 반대하면 1년쯤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미제(未濟) 상태에서 김 장관은 숭실대 교수직으로 돌아간다. 하필 3월 개강이 코앞인 시점이다. 국무위원이자, 논쟁적 부처 수장인 그의 면직 결정인데, 1학기 강의 일정에 영향받은 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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