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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의 ‘향’ 스며든다…우리들의 그때 기억으로 풀어낸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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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구정아 대표작가가 전시구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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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올해 4월 이탈리아 베니스에 한국의 ‘향’이 스며든다.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의 국제미술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 주인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의 냄새다. 미술은 시각예술을 의미하는데, 후각으로 시각적 심상을 그리는 파격적인 전시가 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1일 서울 종로구 아로크미술관에서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채울 ‘구정아-오도라마 시티’ 전시계획안을 발표했다. 한국관 처음으로 공동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이설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 야콥 파브리시우스 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과 함께, 한국관 대표작가인 구정아 작가가 참여했다. ‘오도라마’는 향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odor’에 드라마의 ‘rama’를 결합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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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구정아 대표작가가 전시구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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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노랗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예술가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을 합니다. 이는 창조를 하는 과정으로서의 행위예요. 그런 행동을 작가는 목숨 걸고 합니다. 경계가 없는 향과 냄새라는 물질을 통해 우리의 공동 미래가 다시 개발이 되고 발명이 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작품을 대하는 당찬 자세를 보여주는 듯 구 작가는 곱씹은 말을 찬찬히 내뱉으며 설명했다. 구 작가는 1996년 프랑스 파리 스튜디오의 작은 옷장에 좀약을 배치한 냄새 설치미술 ‘스웨터의 옷장’을 선보인 뒤로, 냄새 규모를 확장하는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국제무대에서 활약했다.

구 작가와 전시기획팀은 한국에서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을 찾기 위해 지난해 6~9월 전 세계 각지 한인, 한국계 입양인, 탈북민 등을 대상으로 한국의 도시와 고향에 얽힌 다채로운 향과 냄새에 대한 기억 600편을 수집했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설문지를 배포한 뒤 답변을 받는 ‘오픈 콜’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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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예술감독인 야콥 파브리시우스 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이 한국관에 설치할 대형 조각물인 뫼비우스 고리의 축소된 모형을 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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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강의 물비린내, 밥 짓는 냄새, 낡은 이불의 큼큼함과 어른용 화장품 스킨 향기, 보일러로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장판 냄새, 할머니 옷장에서 나던 나프탈렌 냄새, 1920~1930년대 북녘 과수원에서 물씬 풍기던 봄의 사과꽃 내음까지…. 구 작가와 전시기획팀은 사연에 얽힌 향과 냄새를 바탕으로 20개의 키워드를 추출했고, 시대상을 담을 수 있도록 재분류한 뒤, 최종적으로 한국관에 설치할 17가지의 향을 만들었다.

특히 1960년대는 자연의 향기를 묘사한 표현이 주를 이뤘다면, 1970년대에 들어서는 오염된 공기와 매연 등 산업화 시대를 반영한 부정적 기억에 대한 기억이 주를 이뤘다. 1990년대 이후에는 따스하고 정겨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냄새가 키워드로 추출됐다. 구 작가는 “한국의 자화상을 만드는 주체자로서, 저마다의 사연을 향으로 채집해 그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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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공동 예술감독인 이설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가 전시기획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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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작가와 기획전시팀은 조향을 위해 향수 브랜드 ‘논픽션’과도 협업했다. 논픽션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이는 17개의 한국의 향을 혼합한 커머셜 향수 ‘오도라마 시티’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의 향을 시각적 상상으로 변환하기 위해 17가지의 향뿐만 아니라, 향을 퍼뜨리는 디퓨저 조각인 ‘우스(OUSEE)’, 전시장 바닥에 새긴 무한대 기호, 뫼비우스 띠 형태의 나무 설치 조각이 전시장을 관통할 예정이다. 이는 구 작가가 1990년대 창안한 무한 변신의 개념인 우스를 상기시키는 메아리로, 물질과 비물질의 영역을 뛰어넘어 경계가 없는 감각적 경험의 또 다른 확장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프리뷰 4월 17일~19일)까지 진행된다. 한국관은 4월 17일 오후 4시 공식 개막식을 연다. 전시를 위해 수집한 600편의 향과 냄새에 관한 이야기는 개막식 당일 한국관 홈페이지(www.korean-pavilion.or.kr)에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주제가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인 만큼, 두 예술감독은 “모든 경계를 초월하는 향을 매개로 한국의 초상화를 그리고, 개개인의 기억을 나누는 방식으로 다양한 인류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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