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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울산권 GB 해제로 10조 투자 효과”…20년 만에 토지 규제 대수술 [그린벨트 해제 기준 전면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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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비율 비수도권 64% 집중

전문가 “환경보존지역 해제는 성급”

규제지역 신설 금지·수직농장 허용

산단 등 ‘자투리 농지’ 정비도 추진

윤석열정부가 2001∼2003년 수도권 등지 7개 중소도시권 전면 해제 이후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GB·그린벨트) 규제 혁신 카드를 꺼낸 것은 지역투자 활성화를 통한 지방경제 도약을 위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기존에 비수도권 국가주도 사업만 GB 총량에서 예외를 허용했지만 이를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지역전략사업으로 범위를 넓혀 지자체의 재량권을 대폭 인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는 특히 정부가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시·도지사가 직접 해제할 수 있는 GB 규모를 당시 30만㎡이하에서 100만㎡(약 30만평·서울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가량) 미만으로 확대하면서 초석을 놓은 ‘윤석열식 지방 도약’ 해법의 최종판으로 보인다.

21일 국토교통부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번 ‘토지 이용규제 해소 및 지역경제 활력 제고방안’에는 비수도권 지역전략사업의 경우 GB 해제 총량(해제가능물량)에 예외를 둬 지역 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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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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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는 급속한 공업화에 따른 도시 확대에 대한 대응책으로 1971∼1977년 전국에 약 5397㎢가 지정됐다. 이후 국민임대주택 공급 등을 위해 일부 해제되어 2022년 말 현재 7개 대도시권 약 3793㎢, 중소도시권 약 1103㎢가 남아 있다. 또 7개 대도시권 중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GB 비율은 64% 정도다. 또한 GB 해제는 20년 단위로 수립되는 광역도시계획에 반영된 총량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비수도권의 국가주도 사업은 해제 총량 예외를 허용 중이나, 지역주도 사업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는 각 지자체가 지역 특색에 맞는 인공지능(AI)이나 특화 반도체산업단지 등을 GB 지역 전부나 일부가 포함된 곳에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전략사업으로 선정되면 패스트트랙(신속조사)을 도입해 GB 해제까지 수년씩 걸리던 사전 협의 및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1년 이내에 끝내기로 했다.

환경평가 1·2등급지도 비수도권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GB를 해제할 수 있게 된다. 환경평가는 분포 식물상, 임업적성도, 수질 등의 6개 지표에 따라 1~5등급으로 평가되는데 6개 지표 중 1개라도 1·2등급의 상위 등급이 나오면 전체 GB 구역의 해제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위등급 비중이 높은 지역은 개발 가용지 확보에 한계가 있었고, 1·2등급 비율은 전국 GB에서 79%나 된다. 창원 권역과 울산 권역은 각각 88%와 81%가 1·2등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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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민생토론회 참석한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3차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린벨트 해제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울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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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식물 수령 증가로 최근 20년간 1·2등급지가 많이 증가했고, 향후에도 지속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GB 권역 내 지형이나 식생 등 자연환경과 기반시설 등을 종합 고려해 지역별 특성에 맞게 환경등급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인 규제지역 신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정된 규제지역은 5년마다 존속 필요성을 검토하는 등의 절차를 통해 기존 토지규제도 철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계획관리지역 공장의 건폐율 상한도 현행 40%에서 70%까지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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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이번 조치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지방 등의 현장에 안착하느냐다. 정부 쪽에서는 국토부가 관련 시행령 개정 등의 후속 절차를 마치고 또 각 지자체가 추진 사업을 확정하는 내년쯤부터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방문한 울산권의 경우 GB 규제 완화로 최대 10조원 수준의 직접투자 효과 창출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진희선 연세대(도시공학) 교수는 “지역 활성화가 되려면 단순한 GB 해제가 아닌 세제 혜택 등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방에 내려오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평가 상위등급 개발을 열어 주는 것은 아직 성급해 보인다”며 “지방의 경우 이미 놀고 있는 땅이 많은데 이러한 땅이 다 활용된 이후에 부족하면 그때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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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내용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농지이용 규제 완화 부분이다. 이 또한 과소화·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촌 소멸위기를 타개하고, 정주 여건 개선과 산업 유치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우선 정부는 ‘수직농장’의 농지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수직농장은 실내 다단 구조물에서 고도의 환경 조절과 생산공정 자동화로 작물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는 차세대 생산 시스템이다. 비닐하우스와 달리 현행법상 농지 전용절차를 거쳐 다른 지목으로 변경하거나 타용도 일시사용 절차를 마친 뒤에만 농지 위에 설치할 수 있어 불합리한 규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오는 7월부터 수직농장의 타용도 일시사용 기간을 확대하고, 모든 수직농장이 일정 지역 내에서는 별도 제한 없이 농지에 설치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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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농업진흥지역의 자투리 농지(3㏊ 이하)를 정비하기로 했다. 농업진흥지역을 도로·택지·산업단지 등으로 개발한 뒤 남은 농지로 현재 전국에 2만1000㏊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자투리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해 상반기 내 소규모 농업진흥지역 정비계획을 발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수요 신청을 받아 타당성 검토 후 해제절차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해제가 결정되면 병원이나 체육관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농촌 체류형 쉼터’도 도입된다. 이곳은 도시민이나 주말 체험 영농인 등이 체류할 수 있는 임시 거주시설이다. 주말농장 등을 이용하는 도시민이 굳이 집을 짓거나 큰 비용을 들여 사지 않아도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다.

채명준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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