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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러 스파이가 돌아왔다”… 유럽 곳곳서 피살-여론조작 사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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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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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파이들이 돌아왔다.”(영국 이코노미스트)

소련 시절 ‘KGB(국가보안위원회)’로 위세를 떨쳤던 러시아 정보기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과거의 존재감을 되찾으려 분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전쟁이 며칠 내로 결판날 것”이라 오판하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망신을 당했던 정보기관들이 최근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여러 해외작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3일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 조종사의 스페인 피살사건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지며 냉전 시대 KGB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 부활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크렘림궁이 정보기관 개혁 이끌어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 3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과 해외정보국(SVR), 정보총국(GRU)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분열과 무능으로 국제적 무시를 받아왔다. 16일 옥중 의문사한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2020년 독살하려다 실패했고, 2022년 우크라이나를 과소평가해 23일 2년을 맞는 장기전을 초래했다. 오랜 라이벌인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윌리엄 번스 국장이 지난달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 기고문에서 “러시아 덕에 CIA의 채용 기회가 늘었다”며 조롱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정보당국이 이전 실수들을 교훈 삼아 대대적 개혁에 나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20일 보고서에서 “세르게이 키리옌코 크렘린궁 행정실 제1부실장이 이끄는 ‘특별영향력위원회(GRU)’가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GRU는 최근 일련의 러시아군 정보 유출을 전쟁 부진의 심각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주요 부대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유럽연합(EU)의 분열을 노렸던 일련의 사태들도 GRU의 움직임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서남부의 구소련 국가인 몰도바가 지난해 EU 가입을 추진했을 때, 몰도바 대통령에 대한 허위정보가 갑작스레 급증했던 것도 러시아 정보당국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최근 독일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한 달간 러시아 정부기관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를 독일어로 게재하는 X(옛 트위터) 계정을 5만여 개나 확인했다. 프랑스와 ​​폴란드도 12일 러시아의 온라인 여론조작 네트워크 ‘포탈 컴뱃’에 대한 공동대응을 예고했다.

● 나토 와해 노리는 ‘그림자 전쟁’

러시아 정보기관들의 최우선 과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부의 균열 확대다. 전쟁 상대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RUSI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를 위해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 선거에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기관들이 냉전 시절에나 마주하던 무자비한 작전에 나설 것이란 징후도 이미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도중 반기를 들고 망명한 러시아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가 13일 스페인에서 피살된 사건 역시 러시아 정보당국이 현지 마피아와 공조해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그의 죽음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사건임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그들이 부활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엔 동유럽에서 다양한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20일 “러시아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내무부 장관의 차량을 파손하는 등 공포감을 조성한 혐의로 에스토니아인과 러시아인 용의자 10명을 구금했다”고 발표했다. 카야 칼라스 총리는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를 상대로 러시아가 그림자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KGB 장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의 성향상 정보기관의 부활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스탈린 시절 강력했던 비밀기관의 영광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보기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한 상태”고 경고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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