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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포레의 꿈 들고 찾아온 박지윤 "프랑스 음악 자유롭고 다채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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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귀에 꽂히지 않아도 내면에 깊이 와닿는 음악"

라디오프랑스필 첫 동양인 악장…"오케스트라는 악보 밖에서 다른 이들과 소통해야"

연합뉴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김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정명훈이 지휘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해 같은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협연자로 올랐다. 이들의 바로 옆에는 또 다른 한국인 연주자가 있었다.

바로 라디오프랑스필 최초의 동양인 악장 박지윤(39)이다. 정명훈이 2000년부터 15년간 음악감독을 맡았던 라디오프랑스필은 2018년 박지윤을 종신 악장에 임명했다. 이후 5년간 파리오케스트라,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악단인 라디오프랑스필을 이끌어온 박지윤이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로 국내 무대에 선다.

박지윤은 지난해만 해도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베토벤 시리즈',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여하는 등 고국 무대에 꾸준히 얼굴을 내비쳤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연주회는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공연은 오는 2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근대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포레의 작품만으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정식으로 작품번호가 부여된 포레의 바이올린 작품 5곡을 연주한다. 공연 부제로는 포레의 유명 가곡 제목인 '꿈을 꾼 후에'를 붙였다.

공연을 앞둔 지난 19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박지윤은 "한국에서는 프랑스 음악을 어렵고 낯설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아무도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 음악을 한국 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유학 온 프랑스에서 지금까지 음악 인생을 펼쳐온 박지윤에게 프랑스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에게 프랑스 음악이 가진 정취가 무엇인지 묻자 '자유로움'과 '다양성'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지윤은 프랑스 음악 가운데서도 포레의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포레는 아름다운 곡들을 많이 썼지만, 들었을 때 한 번에 귀에 꽂히는 멜로디는 아니다"라며 "익숙해지면 가슴 깊이 다가오는 음악"이라고 작곡가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이어 "포레는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작곡가로 동시대 활동한 다른 작가들과의 풍조가 다르다"며 "말년에는 청력이 안 좋아져서 더더욱 독특한 풍의 음악 작품이 나오는데 그걸 느낄 수 있는 곡이 (포레가 72세에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김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에서는 소나타 2번과 함께 박지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소나타 1번도 연주된다. 박지윤은 어린 시절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선생님이 소나타 1번을 연주하는 걸 듣고 프랑스 유학을 결정했다고 한다.

박지윤은 "당시 공부하던 베토벤의 소나타 등의 작품에 비해 '다양한 색깔'이 느껴졌던 것 같다"며 "이 곡을 계기로 프랑스에 관심이 생겨 유학을 왔고, 첫 음반에도 이 곡을 수록했다"고 회상했다.

공연에서는 소나타 1·2번 외에도 '안단테', '자장가', '로망스' 소품 3곡을 들려준다. 박지윤은 공연에서 연주하는 다섯 곡에서 '꿈'이라는 주제가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거라고 귀띔했다.

"제가 생각하는 포레의 음악은 밖으로 막 표출되는 음악보다 내면 깊이에 있는 음악이에요. 그 섬세함을 보여드리려고 연습하고 있어요. 곡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편안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음악이 들릴 거예요. (웃음)"

박지윤은 이번 공연에서는 솔리스트로서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지만, 솔리스트로 주요 커리어를 삼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했다. 바이올린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누구나 그렇듯 솔리스트를 꿈꿨지만,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이후에는 다른 연주자들과 합을 맞추는 재미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주하면서 합이 짝짝 맞아들어갈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며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이후에 음악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에 들어오고 나서야 눈을 뜨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보던 세상은 똑같지만, 그동안 흑백으로 보던 것을 색깔을 끼운 필터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게다가 여러 지휘자한테 가르침을 받는데 월급도 받잖아요. 이렇게 행복한 직업이 있을까 싶어요."

그러면서 박지윤은 오케스트라가 합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장으로서 다른 단원들과도 잘 소통하려고 하지만, 무엇보다 연주 과정에서 음악으로 소통이 돼야 한다고 했다.

"단원들에게도 '악보 밖으로 나와라'라고 얘기하곤 해요. 혼자 하는 연주가 아니기 때문에 악보에 나온 1부터 10까지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것보다 악보 밖의 지휘자나 다른 연주자들과 소통하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저도 연주할 때마다 악보 밖으로 나오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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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김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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