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 사업,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D램을 담당하는 메모리사업부 경쟁력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했을 때에도 삼성전자는 이 같은 강점을 집중적으로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사업부가 각자 축적해온 역량을 AI 반도체 분야에서 집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등 각 사업부 사장단이 총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올트먼 CEO와 두 차례 식사를 함께하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픈AI와의 협의에서 AGI 칩 생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투자자금 등이 주요 안건이 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합종연횡으로 '독주 체제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반(反)엔비디아 전선 형성을 경계하며 공개적으로 견제에 들어가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반도체 칩의 성능 개량으로 AI 투자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언급을 두고 시장에서는 올트먼 CEO가 추진하는 5조~7조달러(약 6600조~9300조원) 규모의 펀딩에 대한 반론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와 'AI 반도체 동맹'을 맺은 것도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TSMC와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인 HBM4의 개발 협력을 포함한 '원팀 전략'을 수립한 상태다. SK하이닉스 측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두 회사는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 진영에서 확고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위탁생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GPU의 연산을 지원하는 HBM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은 SK하이닉스가 HBM을 TSMC에 보내면 TSMC가 GPU 칩을 만들고 HBM과 붙여 패키징하는 식으로 완성되는데, 기술 고도화로 파운드리와 메모리반도체 기업 간 협업 필요성이 커지면서 두 회사의 동맹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이 같은 동맹은 HBM4 시장에서 역전하겠다는 목표로 메모리·파운드리사업부가 일체형으로 움직이겠다는 삼성전자의 '턴키 전략'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개최되는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2024'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행사에는 올트먼 CEO를 비롯해 팻 겔싱어 인텔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등이 참여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AI 반도체와 관련한 별도의 언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