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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프랑스에서 변호사 업무를 대체한다는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출시와 함께 변호사들이 반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아보카'라는 앱은 연간 약 10만원의 비용만 결제하면 지난 50년간 프랑스에서 있었던 판결문을 기반으로 법률 조언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했다. 출시 열흘 만에 2만명 이상이 내려받으며 인기를 끌었는데, 파리지방변호사회는 서비스를 중단하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해당 앱이 존재하지 않는 조항을 인용하는 등의 오류가 발견됐을 뿐 아니라 변호사 자격증 없이 변호사 업무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AI를 기반으로 한 리걸테크 시장은 조금씩 성장하는 추세를 보인다. 기술 기반의 다양한 테크 기업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시장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면서 시장 침투가 가시화된다.
대표적으로 법률 문서 편집·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스타트업 '하비'를 꼽을 수 있다. 하비는 메타와 구글 딥마인드에서 AI를 연구했던 가베 페레이아 대표와 변호사 출신 윈스턴 와인버그 대표가 2022년 공동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법률 문서 편집, 조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비가 개발한 챗GPT 기반의 '하비 에이아이'는 이용자(변호사)가 요청하면 계약서의 초안을 써주거나 판례 정보를 분석해준다. 지난해 4월 하비는 미국의 유명 벤처투자사인 세쿼이아가 주도하는 시리즈A에서 2100만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지난해 영국 법률 기업 '앨런&오버리'와 '맥팔레인'이 하비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8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에 성공하면서 대표적인 리걸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기업가치는 우리 돈 9500억원으로 유니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생성형 이미지 플랫폼 달리로 만든 그림. 명령어로 'AI가 변호사 업무를 돕는 상황'을 입력했다. 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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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국의 스타트업 '아이서티스'는 '계약주기관리(CLM)'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들이 계약서를 작성하고 내부 승인을 거친 뒤 협상하는 전체 과정을 AI 기반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세일즈포스, 어도비 같은 기업이 아이서티스의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에비솔트'는 AI 기반의 계약 관리 소프트웨어(SW)를 지원하며, 중요한 비즈니스 시스템 전반에 걸쳐 계약 데이터를 연결하고 계약 주기 관리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AI 기반의 리걸테크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2017년 일본의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인 쓰노다 노조무 대표가 설립한 '리걸온테크놀로지'가 그 주인공이다. AI 기반의 계약 리뷰 서비스인 '리걸포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가격을 낮춘 AI 계약서 심사 서비스도 출시했다. 이 밖에 일본에는 '변호사닷컴' '지바테크' '산산' 같은 리걸테크 기업이 AI 기반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국내 리걸테크 시장은 아직은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로톡과 변호사협회의 갈등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관련 시장이 아직 여물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로톡과 변호사협회의 갈등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조금씩 관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인다.
대표적인 국내 리걸테크 기업으로 BHSN(비에이치에스엔)을 꼽을 수 있다. 율촌에서 18년간 정보기술(IT),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활약한 임정근 대표가 2020년 창업한 BHSN은 자체 개발한 리걸 LLM(거대언어모델) 등 AI 엔진을 사스(SaaS)형 솔루션에 탑재해 여러 기업 부서에서 사용하는 AI 법률 자문 솔루션 '앨리비'를 제공하고 있다. 계약, 법령, 판례 등 다양한 법률 문서와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계약서를 이른 시간 안에 요약하고 추출하거나 기업 내부 가이드에 어긋나는 조항을 식별해 사내 변호사가 계약서를 검토하는 시간을 단축해준다.
로톡 역시 유사한 판례를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는 AI 기반 통합 법률정보 서비스 빅케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AI 기반의 변호사를 위한 B2B 서비스 '슈퍼로이어'를 출시하며 단순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서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은 약 7486개이며 투자 규모는 약 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업 중 약 30%가 최근 2년 내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리걸테크 기업의 성장은 가팔라지는 추세다.업계 관계자는 "변호사 업무를 효율적으로 돕는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리걸테크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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