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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를 연일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한 나토 회원국 정상에게 이런 발언을 한 적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지난 10일)
나는 (나토를) 보호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러시아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입니다. (나토는) 돈을 내야 합니다..
과거의 발언이긴 하지만,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독려하려고 오히려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부추기겠다는 선 넘는 말에, 독일과 프랑스, 폴란드 정상들은 즉각 반발하며, 이른바 '바이마르 삼각동맹'이라는 3국 협력체의 재가동을 논의했습니다.
올라프 숄츠|독일 총리
누구도 유럽 안보를 가지고 장난치거나 흥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
대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를 왜 이렇게 압박하는 것이고, 이 압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으려는 건 무엇일까요?
트럼프의 속내는 "너네도 돈 좀 써라"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를 압박하는 이유는 나토 회원국들이 실제로 방위비의 기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돈을 더 쓰게 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소련 등의 군사적 위협에 함께 대응하려고 만든 기구인데, 현재 회원국은 31곳입니다. 자체 군대를 보유하지 않지만, 회원국들끼리 군사 협력을 하고 있는데 지난 2006년에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각국이 자국의 국내총생산 (GDP)의 약 2%를 국방비로 지출하자, 이렇게 합의했습니다. 즉,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한테 돈을 내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각국이 자체적으로 2%라는 비율만큼 국방비로 쓰자고 한 겁니다.
김재천|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실 각자 자국의 국방을 위해서 GDP 대비 2% 이상을 쓰자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들이, 오바마 대통령에서부터 계속해서 방위비를 더 많이 쓰라고 권고했던 것입니다. 근데 그게 가이드라인이지, 의무 조항은 또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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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로 약속한 이 기준치를 충족한 국가는 미국을 포함해 폴란드, 그리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영국, 슬로바키아 등 11개국이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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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텐베르그 나토 총장은 "올해는 18개 회원국이 GDP의 2%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지만, 현시점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정규군이 없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 프랑스와 독일, 알바니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 튀르키예 등 19개 나라가 이러한 약속을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로 이들한테 약속을 지키라고, 즉, 각국의 국내총생산의 2%씩을 국방비로 쓰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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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해 방위비로 GDP의 3.49%인 8천6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천147조 원을 쓴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다른 나토 회원국들의 관련 지출액을 모두 합친 규모의 두 배를 뛰어넘습니다. 그렇다 보니 미국 내에서는 나토에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 있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나토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중략) 비용 회피 성향,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이 정말 화낼 만한 일이에요. (중략) 유럽 국가들이야말로 너무 심하게 미국 안보에 무임승차해 온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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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금액은 2천 억 달러, 우리 돈 약 266조 원에 가깝지만, 유럽은 아주 작은 비율만큼만 썼다며, 유럽에 미국이 쓴 비용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얻으려는 것?
그렇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러한 압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어내려는 것은 무엇일까요? 큰 틀에서 보자면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동맹국들에게 비용을 분담시켜서 '세계의 경찰' 비용 홀로 다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그 자체입니다.
사실 미국의 '세계의 경찰' 역할이 시작된 건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시점으로 볼 수 있는데, 지난 200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미국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적극 자진해서 맡아왔습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2008년 금융 위기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 사태가 다른 국가들에 영향을 미친 건 물론이고 미국의 중산층 국민들의 삶을 무너뜨리게 되면서, 미국은 점차 고립주의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사실 이런 기조는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이어져오긴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동맹 관계를 사실상 돈으로 환산하는 적나라한 방법으로, 즉, 비용을 내지 않으면 더 이상 안보 공약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내오는 방법으로 대응해 왔는데, 이런 기조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
(트럼프 지지층은) 우리가 당장 살기 힘든데 왜 쓸데없이 세계를 다니면서 미국이 아프간에 들어가고, 이라크에 들어가고... (중략) 그게 일종의 고립주의 성향인데, 그런 거를 이제 정확하게 트럼프가 파고들면서...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고립주의 성향이 심화되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 자신의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재천|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특히 지금 트럼프의 지지층은 우리가 이렇게 삶이 피폐해졌는데, 우리가 먹고사는 것도 팍팍한데 왜 우크라이나와 같은 나라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불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유세 현장에서 저런 얘기를 했다는 건 '다른 나라 방어에 돈 그렇게 많이 안 쓰고, 그들 국가의 국방은 기본적으로 그들에게 책임지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국내에도 발신하는 것이죠. 물론, 돈을 충분히 쓰지 않는 국가들에게도 굉장한 압박을 넣는 것이고요.
트럼프가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주자로서 굳건한 지지를 받는 상황이다 보니, 동맹을 중시하는 공화당의 의원들조차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들을 대놓고 비판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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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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