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 조사, 2주일새 4%P 하락…국민의힘 3%P 상승
“공천 국면서 국민의힘 약점 보완, 민주당 약점 강화”
한국갤럽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엄중한 적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당내에서도 이대로 가다간 총선에 패배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2월 3주차(13~15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37%, 민주당은 3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2월 1주차)보다 3%포인트 올랐고, 민주당은 4%포인트 떨어졌다. 양당 지지율 차이는 6%포인트다. 한국갤럽은 “양당 격차는 통계적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오차범위(최대 6%포인트) 내에서의 변동”이라고 분석했지만 지난해 9월 이래 한국갤럽 정당 지지도 추이 중 가장 격차가 크다.
지역·연령·정치성향별로 분석해보면 민주당 하락 추세가 확연하다. 총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 지역에서 민주당은 29%를, 국민의힘은 37%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 대비 민주당은 2%포인트가 빠졌고 국민의힘은 3%포인트가 올랐다. 대전·세종·충청은 서울보다 변화 추이가 심하다. 민주당 지지율은 7%포인트 떨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13%포인트 상승했다.
20대와 50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대폭 떨어졌다. 직전 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은 민주당 30%, 국민의힘 19%였지만 이날 조사에선 민주당 20%, 국민의힘 23%로 역전됐다. 50대에서도 민주당은 45%에서 32%로, 국민의힘은 30%에서 40%로 뒤바뀌었다.
자신을 중도라고 여기는 응답층에서도 민주당이 하락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34%에서 31%로 3%포인트 떨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23%에서 26%로 3%포인트 올랐다.
한국갤럽 조사뿐 아니라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민주당은 전주 대비 3.4%포인트 떨어진 41.8%,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1.1% 오른 40.9%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대전·세종·충청(11.4%포인트↓), 서울(6.1%포인트)↓, 여성(4.6%포인트↓), 20대(4.3%포인트↓), 50대(3.8%포인트↓), 진보층(6.2%포인트↓) 등에서 하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민주당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분석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통화에서 민주당 하락 추세에 대해 “‘명문(이재명·문재인) 갈등’과 같은 공천 갈등이 부각된 데다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이 떠오르면서 중도층이 민주당으로부터 마음을 돌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대표는 “국민의힘은 우려했던 것만큼 공천 파동이 크지 않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결집 현상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민주당 하락세는 설 연휴 일주일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 때문에 침묵의 나선이 작동하고 있었는데 여권의 구심점이 한 위원장으로 옮겨가면서 침묵의 나선이 멈추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천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국민의힘 약점은 보완되고 있는데 민주당 약점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에서는 이 대표가 유리했지만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가 되면서 이재명 체제의 약점이 도드라지게 노출되기 시작했다”고 썼다.
최 소장은 “국민들은 민주당의 공천에서 이 대표의 ‘사심’을 진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추미애는 되는데, 임종석은 안된다?”라며 “문재인 정부 관계자면 둘 다 안돼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도와준 것으로 평가되어 심지어 ‘보수의 어머니’로 불리는 법무부 장관 출신은 되는데, 비서실장 출신은 안된다고 주장한다.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억지 논리”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지금은 ‘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우선할 것인지, 이재명 대표의 ‘사법적 방어’를 우선할 것인지를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공천 갈등’과 ‘공천 형평성 논란’이 마무리 국면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 국면이라는 점이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한 충청권 의원은 통화에서 “추세가 안 좋은 것은 맞다”며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심판’이라는 총선 구도를 깨고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만드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심판 구도가 부각되기 위해선 당이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친명·친문 갈등, 공정성·사천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민주당 자체로 득점할 수 있는 요인은 단 하나도 없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친명 지도부가) 민주당 주요 지지 기반인 친문과 싸우는데 당 지지율이 안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라며 “친명·비명 없이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공천한다고 했으면 실제로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3.7%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8%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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