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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물갈이 대신 물관리... 여야, 개혁신당 의식한 '슬로우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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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선수·기호·보조금 위해 '현역' 필수
국민의힘·민주, 컷오프 늦추며 지연 전략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현역의원 공천배제(컷오프) 발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더 큰 변수는 개혁신당의 존재다. 공천 탈락에 반발한 현역의원들이 개혁신당으로 갈아타고 본선에 나설 경우 그 부메랑이 고스란히 양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에서 빠른 기호를 받기 위한 '의원 꿔주기'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일보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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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은 현역의원 영입에 필사적이다. 총선에서 후보로 뛸 선수 확보는 물론, '기호 3번'과 거액의 보조금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각 정당 기호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3월 22일)을 기준으로 정당별 의석수 순으로 정해진다. 선거보조금은 원내 교섭단체(20인 이상)가 됐을 때 수령액이 급증한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민주당 공천 탈락자 합류와 관련해 "예측하긴 어렵지만 많이 오면 좋겠다"고 했고,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수많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현역의원 컷오프 1명... 나머지는 '몰라'


개혁신당의 노골적인 러브콜에 공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여야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탈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선 국민의힘은 주요 지역 공천 최종 판단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 서울 현역인 최재형(종로) 박성중(서초을) 유경준(강남병) 의원 등은 현재 본인의 지역구에서 단수공천을 받지 못했다. 공천관리위원회는 경선과 전략공천(우선추천) 등 해당 지역구의 후보 추천 방식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컷오프가 확정되면 개혁신당 합류나 불출마 선언 등 '다음 스텝'을 고민할 수 있는데, 일단 공관위의 후속 조치에 발이 묶여 있다. 총선을 55일 앞둔 15일까지 컷오프가 확정된 국민의힘 현역은 최영희(비례) 의원 1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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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오른쪽)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7차 공관위 회의 단수공천 심사 결과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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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5선) 김태호(3선) 조해진(3선) 의원 등 영남권 중진의 전환배치도 이탈자 최소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당 안팎에선 16, 17일 면접이 실시되는 영남권 공천에서도 과거에 비하면 컷오프가 적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경선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서 제3신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를 관심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경선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민주 "선거구 획정 때문에"... 하위 20% 공개 미뤄


민주당도 현역의원 평가 결과 공개 시점을 미루며 현역의원들을 묶어두고 있다. '설 연휴 전에' 하위 20%에게 개별 통보가 갈 것이란 얘기가 있었지만 공식적 발표는 없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일부 전·현직 중진들에게 불출마를 권유하는 연락을 한 게 전부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그들에게도 경선 기회를 줘야 하는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연 배경을 밝혔다. 현재 여야가 선거구 획정에 있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하위 20% 통보가 계속 미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위성정당에 보낼 현역의원 확보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위성정당 역시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기호가 정해져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을 보내야 유리한 기호를 점할 수 있어 4년 전 총선 때도 '의원 꿔주기'라는 꼼수가 횡행했다. 다만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을 개혁신당이 아닌 위성정당으로 보내려면 '섬세한 접근'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제가 보기에는 (낙천자 중) 한 분도 (개혁신당에) 안 가실 것 같다"며 "차라리 여기에 있으면 공공기관 사장이라든지 아니면 사회단체, 국회의원 말고도 국가에 봉사할 길이 많다"며 '유인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이런 당근책도 찾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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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총선 후보자 1차 경선 지역 발표장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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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지지율 5%... '양당 모두 견제'는 41%


현역의원 확보와 무관하게 개혁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JTBC 의뢰로 이달 11, 12일 실시된 메타보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혁신당 지지율은 5%에 그쳤다. '지역구에서 개혁신당을 뽑겠다'는 응답은 6%, '비례대표로 개혁신당을 뽑겠다'는 답은 8%였다. 반면 '개혁신당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39%, '이번 총선에서 양당을 모두 견제해야 한다'는 답은 41%로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감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메타보이스가 2월 11일부터 2월 12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2.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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