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영어 유창하고 거친 언사 없이 중국 입장 대변"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류젠차오(劉建超)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차기 외교부장(장관) 발탁은 중국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외국인 투자 감소에 직면한 중국이 미국과 유럽에 대해 이미지 쇄신을 추구해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실제로 류 부장은 실질상으로는 아니더라도 어조 측면에서 외교적 강경함을 벗어던지는 데 두드러지는 역할을 했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을 때 전문가와 경제계 인사들 대상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재편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중국의 현대화가 유럽과 세계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고, 베이징에서 인도 대사와 회동 때는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인 궤도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류 부장은 지난해 여름 영국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전랑 외교에 대한 질문을 받자 "중국은 전 세계 친구들과 사귀고 싶어 한다"며 전형적인 우호적 방식으로 답변했다.
그는 다만 "중국이, 중국 정책이 압박받을 때 우리는 투지를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 류 부장은 영어에 유창한 편이다.
대만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이슈와 관련해 거친 언사 없이 중국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로 도피한 경제사범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여우 사냥'을 주도하면서 신뢰받는 당 충성파로 인식됐다.
그를 만났던 이들은 류 부장이 격식을 차리지 않고 다른 중국 관리들보다 호감이 가며 외교 의례에서 벗어났을 때 더 편안해 보인다고 말한다.
한 회의에서 그와 대화했었다는 대니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류 부장은 당 고위 간부의 여유로운 자신감을 대화에 불어넣는 경험 많은 외교관"이라고 소개했다.
류 부장은 통역으로 출발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포함한 기간인 2001~2009년 외교부 대변인을 맡아 지명도를 올렸다.
이후 주필리핀 대사, 주인도네시아 대사 등을 지냈다.
2015년부터 국가예방부패국 부국장(차관급) 맡아 여우 사냥 캠페인을 벌이면서는 협상력을 과시했다.
밀수 조직 운영 혐의를 피하기 위해 캐나다로 도피한 억만장자 라이창싱 등 거물들을 붙잡고 도피 자금을 회수했던 것이다.
류 부장은 다음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외교부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외교부장은 불륜·간첩설에 휩싸인 친강 전 부장이 작년 7월 면직된 이후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겸임하고 있다.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 |
친강은 공격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타국에 중국의 이익을 강요하는 전랑 외교의 상징적 인물로 통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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