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인터뷰…"나토 방기한다면 안전한 동맹은 없을 것"
"실제 탈퇴시 나토의 종말 의미…미국 신뢰도에도 재앙적 일"
트럼프 재임시 동맹 위협, 전직 당국자들 증언 잇따라
2018년 4월 내각 회의에서 악수하는 트럼프와 볼턴 |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압박 발언이 파장을 몰고 온 가운데, 그의 핵심 참모였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탈퇴를 실제로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탈퇴에 매우 가까이 갔었다"고 소개했다.
볼턴은 "사람들이 '트럼프는 나토 탈퇴에 진지하지 않고, 그저 나토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그는 협상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며 "왜냐하면 그의 목표는 나토 강화가 아니라 빠져나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나토 동맹국들이 방위 지출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불평할 때 그는 동맹국들이 나토를 강화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라 탈퇴에 대한 그 자신의 핑곗거리를 찾기 위해 그것(방위비 지출 부족 지적)을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2019년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트럼프를 가까이서 보좌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인물이다. 대북 강경 매파인 볼턴 전 보좌관은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별한 뒤 그에 대한 공개적 비판에 나서고 있다.
2018년 7월 나토 정상 회의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상당 수준 증액하지 않으면 나토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의 종료 후 회견에서는 타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 방위비 지출 공약을 재확인한 것에 만족감을 표하며 "나는 의회 승인 없이 미국을 나토로부터 탈퇴시킬 수 있지만 이제 그런 조치는 더는 필요 없게 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나토 탈퇴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결국 볼턴 전 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탈퇴를 거론한 것이 유럽에 대한 압박 카드 차원이 아닌 '진심'에 가까웠다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CNN 방송도 볼턴 등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전직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나토 정상회의 때 마크 밀리 당시 미군 합참의장과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에게 나토 탈퇴를 실제로 지시했다고 전날 보도한 바 있다. 두 사람은 그 지시에 격렬히 반대했으나 결국 대통령의 지시를 '적법한 명령'으로 보고 탈퇴 계획까지 세웠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의회가 처리한 2024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에 상원 승인이나 의회의 법안 없이 대통령이 나토를 탈퇴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명시된 데 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조약을 탈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문화돼 있진 않지만, 미국 역사에서 그것은 반복돼왔다"며 "의회가 그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조약 탈퇴는) 헌법 논리상 전적으로 대통령의 손에 있기 때문에 국방수권법 조문이 그를 제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나토 탈퇴를 선언하고 누군가가 국방수권법을 들어 소송을 한다면 법정에서 다투는 2∼3년 동안 나토가 볼 피해를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 실제 나토에서 탈퇴할 경우 "그것은 나토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며 "우리는 나토의 지도국이기에 (미국이 탈퇴하면) 살아남는 것은 유럽연합(EU) 같은 구조물의 잔재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나토 탈퇴는 "전세계에서 미국의 신뢰도에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가 나토를 옆으로 던져 버리면 미국의 동맹 중에 안전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턴은 "트럼프는 동맹 구조가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이익이 되는지 알지 못한다"며 "그는 4년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그에 대해 몰랐고 백악관을 떠날 때조차 몰랐기에 나토 탈퇴가 끼칠 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경선 유세에서 자신이 대통령 재임 때 나토의 한 동맹국 원수와의 나토 회의 중에 한 대화를 소개하면서 '문제 발언'을 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큰 나라의 대통령이 일어나서 '만약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당신은 우리를 보호해 주겠느냐'고 하자 나는 (중략)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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