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답지도 않아”… 하원에 처리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하원을 상대로 안보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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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그건 멍청하고 부끄럽고 위험하고 미국답지 않아(For God’s sake, it’s dumb, it’s shameful, it’s dangerous, it’s un-American).”
국방비를 충분히 쓰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은 러시아에 공격을 당해도 싸다는 취지의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발언에 대해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내놓은 신랄한 촌평이다.
“전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말을”
이 발언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 등에 대한 추가 안보 지원 예산안이 이날 상원을 통과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하원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촉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며칠 전 트럼프가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나토 동맹국들을 침공하라고 초청장을 보냈다”며 “전직 미국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 세계가 그 말을 들었다”며 “가장 나쁜 것은 그가 진심이라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무슨 말을 할 때 그것은 의미를 갖고, 우리는 약속을 하면 그것을 지킨다. 그리고 나토는 신성한 약속”이라며 “도널드 트럼프는 그것(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을 짐으로 여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토에서) 발을 빼지 않겠다”며 “나는 어떤 다른 대통령이 발을 빼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유세 도중, 재임 당시 나토 회원국 지도자와의 대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 나토 동맹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당해도 (미국이) 방어하지 않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공격을 독려할 수도 있다’ 는 자신의 의중을 드러냈다.
“우크라 지원, 미국 일자리로 돌아와”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안 등이 포함된 안보 예산안을 이날 상원이 처리한 것에 대해 “초당적 예산안은 우크라이나인들과 전 세계의 동맹·파트너들에게 미국은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으며, 자유를 위해 일어서고, 동맹을 지지하는 나라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무기고에 보관된 무기들을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 사용하면 다시 무기고를 채우기 위해 생산하게 된다”며 “결국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지원이 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를 늘리고, 방위 산업을 유지시키는 셈”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이 법안을 지지하는 것은 푸틴에 맞서는 것이고, 반대하는 것은 푸틴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세 차례 반복했다.
이날 오전 미국 상원은 953억 달러(약 127조6,000억 원) 규모의 안보 지원 예산안을 가결 처리했다. 예산안에는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601억 달러, 이스라엘 안보 지원 141억 달러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하원에서 이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마이크 존슨 의장 등 ‘친(親)트럼프’ 공화당 의원들이 국경 통제 강화 정책 관련 내용이 누락됐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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