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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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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돈 더 내라” 나토 압박… 전 참모들은 “진짜 탈퇴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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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나토 침공 독려‘ 발언 이틀 만에 재차 압박
전 비서실장 “트럼프, 주한미군 주둔도 반대”
한국일보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뉴욕 맨해튼의 자택을 나서면서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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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문제를 재차 거론하며 나토를 압박했다. 지난 10일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 동맹국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물론 러시아 침공을 독려하겠다는 발언으로 서방을 흔든 지 이틀 만에 '안보 장사'를 이어간 것이다. 트럼프 전직 참모들은 그가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나토 탈퇴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트럼프, 이틀 만에 나토 ‘방위비’ 압박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우리는 나토보다 1,000억 달러 이상을 더 들여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며 "나토는 동등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의 재임 시절을 언급하며 “정당한 몫을 내지 않던 (나토 회원국) 20개국에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미국의 군사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 돈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내가 없어지니 그들은 다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썼다. 연이은 거친 언사가 나토의 결속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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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장미의 월요일' 카니발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본뜬 인형이 우크라이나 병사 인형을 뒤에서 창으로 찌르고 있다. 뒤셀도르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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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되면 나토 탈퇴” 측근의 우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협박’을 단순히 방위비 인상 유도 전략 발언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이전 측근들의 경고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고위급 참모들은 미 CNN방송 앵커 짐 슈터의 저서 ‘강대국의 귀환’에서 입을 모아 트럼프 집권 시 실제 나토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트럼프 재집권 시) 나토는 진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도 “요지는 트럼프가 나토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2018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당시 실제 탈퇴 직전까지 치달았던 일화도 공개됐다. 한 전직 고위 관리는 “트럼프가 마크 밀리 당시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탈퇴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에 마음을 바꾸면서 없던 일이 됐지만 외교안보 참모의 우려가 컸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관련 인식이 한국 등 동아시아 동맹국과의 상호 방위 조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전언도 나왔다. 켈리 전 실장은 “그는 한국과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제 재임 기간 내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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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앞줄 가운데)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2월 4일 영국 왓포드 더그로브 호텔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왓포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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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탈퇴 강행 땐 미 의회도 못 막아


트럼프식 나토 탈퇴를 미국 내에서 막을 방법이 없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의회가 상원 승인 없이 나토를 탈퇴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대통령 재량으로 이를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통령이 나토 본부 주재 대사 임명을 거부하거나 미군 사령관에게 회원국과의 군사훈련을 취소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회원국이 공격을 당할 경우 전체 회원국이 집단방위에 나서도록 한 나토 헌장 제5조 역시 개별 국가에는 실질적으로 이행을 강제할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맹점으로 꼽힌다. 러시아가 유럽의 나토 회원국을 공격해도 트럼프의 미국이 참전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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