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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트럼프 주한미군 주둔 반대…나토 탈퇴할 수도" 前비서실장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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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시절 고위 관료 사이에서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아예 탈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들은 트럼프가 한국·일본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걸 반대해왔다고도 전했다. '나토 동맹국들이 충분한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유럽 각국이 반발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평등한 방위비 분담'을 강조하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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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존 볼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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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존 켈리,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 등 전직 관료들은 “트럼프는 나토 동맹의 존재 의미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가 재선하면 나토 탈퇴를 공식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발언들은 CNN의 앵커인 짐 슈토가 다음달 12일 출간하는 신간『강대국의 귀환(The Return of Great Powers)』에 실렸다. 이 책은 슈토가 수십 명의 정치·군사·안보 전문가들과 독점 인터뷰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푸틴·김정은, 괜찮은 사람"



켈리 전 비서실장은 슈토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정말 '괜찮은 사람'(okay guy)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의 시각에선 우리가 이들을 괴롭히는 것이며, 나토가 없었다면 푸틴 대통령이 이런 일(우크라이나 침공)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고문 역할을 했던 여러 전임 관료들은 트럼프의 첫 임기 때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뻔했던 일화를 자세히 설명했다. 2018년 브뤼셀 나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당시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에게 나토 탈퇴를 지시했으며, 이들은 대통령이 지시에 따라 실제 탈퇴 계획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그 순간을 “진정한 두려움”으로 회고했다. 이어 “트럼프가 마지막 순간까지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에 솔직히 두려웠다”면서 “그는 (나토) 탈퇴를 지시한 다음 철회했다”고 말했다.

전직 관료들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네임펜 심지를 가리키며 “이건 대만”이라고 하더니 “이 튼튼한 책상은 중국”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볼턴은 “트럼프의 요점은 대만이 중국의 침략에 맞서 성공적으로 방어하기에 너무 작고, 미국이 신경 쓰기에도 작은 나라라는 사실”이라면서 “내가 대만에 있었다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매우 걱정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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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네번째)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왼쪽에서 다섯번째)과 함께 2018년 싱가포르 이스타나에서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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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한미군에도 완전히 반대"



켈리 전 실장은 미국의 안보 공약을 경시하는 트럼프의 태도가 한국·일본과의 상호방위협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그는 한국과 미국에 억제력을 위해 군대를 주둔하는 것에 완전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집권 시절 이른바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지난 2022년 5월 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 등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한국을 종종 깎아내리면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명령하겠다고 수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 도중 나토 동맹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으면 러시아의 공격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에 대해, 찰스 브라운 미국 합참의장이 “미국이 신뢰가 위태롭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브라운 합참의장은 이날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나토 75주년”이라며 “미국의 신뢰는 동맹국에 달려있고, 미국의 리더십은 여전히 필요하고, 요구되고, 주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하는 일은 나토와의 관계를 계속 구축하고 강화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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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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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佛·폴란드 정상, 유럽 안보 강조



유럽 각국 정상들의 관련 발언도 이어졌다. 이날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잇달아 만나 유럽연합(EU)이 자체적으로 군사 강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스크 총리는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방어 협력 문제에 대해선 어떠한 대안도 존재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의 발언은)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모든 이들에게 ‘찬물샤워’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면서 “누구도 유럽의 안보를 갖고 놀거나 거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유럽 방위 산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며, 이를 통해 나토를 보완하는 안보 및 방위력을 구축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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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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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이들 3국 외무장관들이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만나 ‘바이마르 삼각동맹’ 부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마르 삼각동맹은 1991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창설한 역내 동맹으로, 3국이 유럽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편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서 “우리는 나토보다 1000억 달러 이상 더 많은 금액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나토는 평등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방위비 분담을 강조하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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