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1기때 주한미군 완전철수 주장도…방위비 대폭 증액
확장억제 신뢰성 하락 땐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고개 들 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 [2024.02.12 송고] |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면 러시아 맘대로 하게 장려할 것이라는 발언이 한반도에도 불안한 기류를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집권 1기 시절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른바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한국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기도 했고 주변의 만류에도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2022년 5월 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실행을 막으려는 목적이 장관직을 지킨 이유 중 하나였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을 폄하하면서 2만8천500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명령하겠다고 수차례 발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에스퍼 전 국방장관 [2022.05.11 송고] |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우리에게 삼성 TV를 파는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해준다. 이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고, 한국인에 대해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말도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자신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는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하시죠"라고 제안하자 트럼프가 "그렇지, 맞아, 두 번째 임기"라고 화답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 일화는 트럼프의 나토 발언과 더불어 한국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콘웨이의 코스털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미국 대통령 재직 때 열렸던 지난 2018년의 나토 정상 회의를 설명하면서 다른 정상들에게 자신이 이끄는 미국은 '의무 불이행 국가(delinquent)'를 보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지난 2014년 나토 동맹국들은 10년 후인 2024년까지 각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했지만 30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다시 말해 과거 자신의 생각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그가 올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집권 1기와 같은 일들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방보다 적국을 편들면서 국제 질서를 뒤엎겠다고 위협한다면서, 그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세계 질서에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역사는 (이런 상황이) 전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1950년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제외한 (극동) '방위선'(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지 5개월 뒤 북한이 침략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의 생각을 요약하면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이라고 하더라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미국에 합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스퍼 전 장관의 회고록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을 한꺼번에 5배 이상 한국에 과도하게 청구한 일도 자세히 담겨있다.
에스퍼 전 장관은 2020년 3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잠정 타결안을 트럼프가 거부하려 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가 주도한 협상 결과 한미 양국은 13% 증액안을 잠정 합의해 백악관에 보고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시간 만에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나토 회의 모습 [2024.02.12 송고] |
트럼프의 나토 발언은 한국인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가시화할수록 방위비 문제는 물론이고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 하락과 이에 따른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 확산 등 다양한 안보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NYT의 지적처럼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국제사회를 본격적으로 뒤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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