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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사설]의사 파업 초읽기, 국민 건강 최우선 두고 극단 충돌 피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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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어린이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며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했고, 전공의들은 온라인 총회를 열고 파업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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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주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서울의 대형 병원 소속 전공의(레지던트)들도 병원별 투표를 통해 파업 참여를 결의했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의사 단체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하는데 모두 파업의 명분이 되기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필수의료나 지방의료 기피 현상이 있을 뿐 전체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의사 수가 적고, 고령화로 인한 미래 의료 수요까지 고려하면 10년 후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 집단의 추산이다. 의료계의 가파른 고령화 추세도 감안해야 한다. 의사 수를 늘려도 필수의료나 지방의료 쪽으로는 안 간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의료소송 부담 경감 대책을 포함한 필수의료 4대 개혁안까지 이미 발표한 상태다.

의대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 행위가 늘어 국민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일리는 있으나 환자를 볼모로 한 파업을 정당화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당초 거론됐던 300∼500명보다 많지만 전국 40개 의대 수요조사 결과 내년 증원 가능 규모인 2151∼2847명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의료 공급이 늘어날 경우 의사들의 비윤리적 과잉 진료 문제만 없으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전 의사협회 회장은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을 파업으로 무산시킨 전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는 코로나 위기부터 넘기고 보자는 여론이 우세했을 뿐이다. 명분 약한 파업 대신 대폭 증원된 의대생들을 제대로 된 의사로 키워내는 데 전문성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정부도 교육의 질 하락을 방지할 대책으로 의사들을 설득하고, 의대 증원 정책이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의대 쏠림 완화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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