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전공의 파업 참여 결의
정부 "파업 강행 시 업무개시명령"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임시 대의원총회를 여는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의대 증원을 비판하는 선전물이 놓여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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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집단행동에 나선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국 단위 궐기대회를 예고했고,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들의 파업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배수진을 친 정부는 연휴 막바지에 긴급 호소문을 내 파업을 만류하는 동시에 법 위반 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벼랑 끝 대치로 치닫는 '의정 갈등'에 의료계는 폭풍 전야다.
의료계 궐기대회·파업… 의료대란 우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오는 15일 전국 16개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연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도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집결한다. 지난 7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뒤 첫 번째 단체행동이다. 17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 개최도 검토 중이다. 전현직 의협 임원들은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겁을 주면 지릴 것으로 생각했나" 등 과격한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내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11일 비대위를 출범하고 "의사를 범죄자 소탕하듯이 처벌하려 하지 말고 대화와 협력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 달라"면서 "정부가 더 이상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전공의들도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연휴 마지막 날 오후 9시 온라인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투쟁 수위 등을 논의했다. 전체 전공의 중 27%가 속한 이른바 빅5 병원(서울아산·서울대·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전공의들이 파업 참여를 결의한 상태라 의료계에서는 파업을 위한 명분과 동력이 확보됐다고 판단한다.
의료 현장 최전선을 지키는 전공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의료 대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020년에도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학과,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의 전공의까지 집단 휴업에 동참해 정부는 의대 증원 계획을 철회했다.
정부 의료계 막판 설득… 위법에는 강경 조치 경고
12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의료진이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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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전공의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전협 총회를 하루 앞둔 11일 SNS에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을 올려 막판 설득에 나섰다. 조 장관은 "병원을 지속 가능한 일터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진심은 의심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확대는 해묵은 보건의료 문제를 풀고,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 때문에 수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체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조 장관은 "현장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빠르게 이뤄내기 위해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도 했다. 타협이나 양보는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복지부는 설 연휴 전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의협과 병·의원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파업 돌입 시에는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할 방침이다. 불응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복지부는 환자 피해에 대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파업이 현실화하면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현재 3단계인 '경계'에서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높일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심각 단계에서는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져 각 부처와 지자체까지 포괄하는 더욱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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