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교통공사 '강경 대응' 입장 고수
전장연 측도 "압박 굴복하지 않을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열린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 출범대회'를 막는 경찰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6일 오전 8시 30분 서울역에서 출근길 선전전을 하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 1명이 철도안전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체포됐다. 올해 들어서만 4번째 전장연 관계자 체포다. 지난달 5일엔 이규식 서울전장연 공동대표가, 22일엔 이형숙 공동대표와 유진우 활동가가 경찰에 붙잡혔다.
장애인 이동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2021년 12월 시작된 전장연의 집회·시위 갈등이 해를 넘겨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이들의 단체행동을 불법으로 못 박고 강경 대응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 2월까지 전장연 관계자들이 지하철 탑승 시위 및 침묵 시위 현장에서 연행된 횟수만 19차례다. 전장연 측도 "시위할 기본권마저 억압받고 있다"며 결사 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갈등도 갈등이지만, 접점을 찾을 만한 양측의 협상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전장연은 장애인 교통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며 햇수로 3년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까지 진행한 지하철 탑승 선전전 등 집회·시위는 520회를 넘겼다. 지난해 6월 장애인 이동권 예산이 국회 정부예산안에 반영되는지를 기다리며 시위를 잠시 멈췄지만, 지난달 2일부터 재개했다. 서울시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노동자 400명을 해고하자,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대화를 촉구하며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경찰과 서울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시민불편을 초래하는 불법 시위에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교통공사는 지난해 11월 "시위로 인한 열차 운행 지연 등 전장연이 철도안전법을 위반한 행위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최영도 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은 "당시 시위로 열차가 50여 분 지연되는 등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사 측이 지금까지 전장연의 불법 행위를 이유로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만 3차례, 8억 원에 이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과 전국장애인차별연대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경찰의 강경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 혜화서는 지난해 7월에 이어 지난달 23일 유 활동가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5년간 주소지를 5회 이동하는 등 주거가 일정치 않은 점 △전장연의 비호를 받아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등 도주 우려가 있는 점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이 구속 사유로 제시됐다. 다만 법원은 "탑승 제지가 정당한 업무집행인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전장연과 시민단체는 당국의 강경 일변도 대응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달 연 기자회견에서 "교통공사의 대응 기조는 위법"이라며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이동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는 공사가 오히려 장애인 권리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활동가들의 계속된 체포와 구속영장 신청도 시위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조사가 끝나면 즉시 석방이 원칙이지만, 시위를 막기 위해 전장연 활동가들은 48시간을 거의 채워서 구금하고 있다"면서 "영장실질심사까지 진행되면 3일가량 유치장에 갇혀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전유진 기자 xxjinq@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