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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얘야, 눈 침침해" 노안 아니었다…'시력 상실' 망막 위험신호 [부모님 건강 체크 포인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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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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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한데 모입니다. 부모님의 달라진 모습, 무심코 지나쳤지만 알고 보면 심각한 질환의 전조 증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설을 계기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챙겨봅시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의 주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명절 부모님 건강,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체크리스트 4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는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주용 교수가 전하는 망막질환입니다.


평소 지방의 70대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자주 하는 A씨. 자꾸 ‘화면이 자꾸 침침하게 보인다, 얼룩지게 보인다’고 하는 아버지 이야기가 신경이 쓰였다.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은 영상통화로 볼 때보다 심각해 보였다. 물건과 사람을 찾을 때마다 고개를 돌려가며 초점을 맞춰야 했다. 별다른 통증은 없어 단순 노화로 인한 불편함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는데, A씨 아버지의 진단명은 황반변성이었다. 레이저와 주사치료를 받고 있다. 이미 시력이 많이 떨어져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고 한다.



망막의 중심도 나이 들면 생겨



눈에는 카메라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얇은 신경 조직인 망막이 있다. 망막의 중심을 황반이라고 부르는데, 이 황반은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한다. 나이가 들면 황반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노년층에서 황반부에 발생하는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황반변성이다. 시력이 저하되고 보고자 하는 부위가 잘 안 보이는 증상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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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구조. 사진 서울아산병원


황반변성은 대부분 노화로 인해 황반에 변성이 발생해 시각세포가 죽어 시력 감소를 초래하는 병이다. 50세 이상에서 노년성 변화 때문에 생기면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서도 고도근시에 의한 ‘근시성 황반변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황반변성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다.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고 일부 환자에서는 매우 천천히 진행해 상당 기간 시력의 변화를 많이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환자에 따라 매우 급격히 진행돼 시력을 잃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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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의 시야와 황반변성 환자의 시야 차이. 사진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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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부엌이나 욕실의 타일, 차선,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를 보일 수 있다.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글자에 공백이 생기고 그림에서 특정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위험 신호다. 진행되면서 시야가 흐려 보이고 눈이 침침하며, 작은 회색점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후기 황반변성으로 진행되면 점점 중심 시력이 많이 저하되고, 시야 중심부에 보이지 않는 부위가 생긴다.

5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에서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75세 이상 인구의 약 30%에서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0년간 평균수명의 연장, 식습관 및 생활양식의 서구화 등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질병 진행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눈 영양제라고 불리는 각종 보조제를 복용할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에서 생긴 비정상적인 혈관이 황반 쪽으로 자라 들어오는데, 이러한 신생혈관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터져서 출혈을 일으키거나 발병 후 수개월 또는 수년 내에 위축과 흉터 형성을 반복하다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항혈관내피성장인자 항체 안구 내 주사치료가 습성 황반변성의 표준 치료다. 정기적인 안구 내 주사 치료를 통해 신생혈관 발생을 억제하고 이미 발생한 신생혈관 막에서의 누출을 막아 황반변성 진행을 억제 한다. 황반변성의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50세 이상에서 정기적으로 1년에 한 번 정도씩은 안저망막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날 추우면 더 증가하는 이것



주로 60대 이상의 고령 남성에게 호발하는 망막 질환으로는 망막혈관폐쇄가 있다. 망막 동맥이 폐쇄되느냐, 망막 정맥이 폐쇄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중심부의 혈관인지 주변부의 혈관인지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다. 인지도가 높은 질환은 아니지만, 망막혈관폐쇄 중 주변부 정맥이 막혀 생기는 분지망막정맥폐쇄는 시력상실을 야기하는 망막혈관질환 중 당뇨망막병증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질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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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망막정맥이 폐쇄된 환자의 안구 내 촬영 사진. 사진 서울아산병원



고혈압·당뇨·고지혈증·고령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한 동맥경화가 안구의 망막정맥 내에 생기면 혈전이 형성돼 망막동맥과 정맥의 교차부위에서 폐쇄가 일어난다.

중심망막정맥 폐쇄되면 급격한 시력저하가 나타나거나 일시적으로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상태가 갑작스레 수초에서 수 분간 진행돼 증상을 느낀 후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변부 약간의 분지망막정맥 폐쇄는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약간의 시야장애가 있어 우연히 안과 검진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망막동맥폐쇄증이 생기는 원인은 혈전, 동맥경화성 혈관질환, 혈관염 등이 있다. 특히 망막중심동맥 폐쇄 환자의 3분의 2가 고혈압, 4분의 1에서 당뇨병이 관찰될 만큼 고혈압, 당뇨병이 중요 원인이 된다. 겨울철 찬 공기에 몸이 노출되면서 전신에 혈관이 수축하는데, 이로 인해 망막혈관폐쇄 역시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겨울철엔 더 주의해야 한다.

망막혈관폐쇄에 의한 황반 부종이 있는 경우, 습성황반변성과 마찬가지로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혹은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등을 통해 치료한다. 망막중심동맥이 폐쇄되는 경우에는 치료가 어려우며, 대개 시력 예후도 불량하다. 망막혈관폐쇄의 양상에 따라 빨리 치료한다면 일정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증상이 발생하면 빨리 안과나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당뇨병 앓으면 당뇨망막병증 체크



당뇨병이 있는 경우 신체의 여러 부위 미세혈관에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중 눈에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당뇨망막병증이 있다. 당뇨망막병증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당뇨병의 유병 기간이 연관성이 높다. 그 외에도 만성 고혈당·고혈압·신장 질환·고지혈증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이 많이 진행돼 신생혈관이 생겼을 경우를 ‘증식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 유리체출혈, 망막박리 등으로 인한 심한 시력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증식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되기 전에 혈당·혈압·고지혈증 등을 잘 조절해 심각한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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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용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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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으로 진단된 초기에 안과 진료로 당뇨망막병증 유무를 검사해야 한다. 만약 당뇨망막병증이 없다고 진단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1년마다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하는지 정기적으로 경과 관찰하게 된다. 당뇨망막병증이 더 진행되어 심한 비증식당뇨망막병증이나 증식망막병증, 당뇨황반부종이 발생한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레이저, 주사 또는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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