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 정원 2천명 확대에 입시시장 '술렁'
"평소보다 2배 이상" 학원가 문의 쇄도
직장인도 대학생도 다시 '의대 도전장' 내밀고 나서
전문가들 "'의대 쏠림' 현상에 직업 간 격차 심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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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의대 증원이 발표돼서 그 내용을 집중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지금 갑자기 직장인들이 다시 공부를 해서 의대를 진학하겠다든지, 반수생들이 늘고 있다든지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하고…"
지난 7일 오후 7시, 한 대형 입시학원이 '의대 증원 관련 긴급분석 설명회'를 열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설명회에는 온라인 접속자만 700여 명이 넘게 몰렸다.
이 입시학원만 해도 서울 강남을 비롯, 전국 곳곳의 학원 지점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직접 설명회를 들으러 모여들었다. 이들은 설명회 내내 고개를 끄덕이기도, 메모를 하기도 하며 '의대 증원'이 불러올 입시 판도의 변화에 주목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자 술렁이는 곳은 병원만이 아니다. 수험생 뿐 아니라 대학생, 심지어는 직장인들까지 의대 도전에 주목하면서 '의대 입시' 시장의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의대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이들의 글이 상당수 올라왔다. 한 직장인은 "이전에도 의대 입시를 할까 망설였었는데, 이번에 의대 증원을 한다니 수능을 다시 볼까 한다"고 글을 남겼다.
대학생 3학년이라는 한 게시글 작성자는 "수능을 다시 보지 않을 거라 각오했지만 의대 증원을 할 줄은 몰랐다"면서 의대 입시 도전을 망설인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대학생도 "의대 준비 안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가 의대 가라고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고 있지 않냐"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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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직접 입시학원에 찾아가 '의대 진학을 희망한다'며 상담을 요청하자, 해당 학원에서는 "아쉽게 공대에 들어간 학생이나 약대생들도 생각이 바뀌어서 의대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늘 것 같다"며 의대 입시판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의 발표 직후 학원가에는 '의대 입시'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었다. 이투스에듀 강남하이퍼학원 의대관 곽용호 원장은 "정부 발표 이후 7일 오후부터 전화 문의가 평상시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면서 "명문대 재학생들이 합격 대학 또는 재학 중인 대학을 휴학해야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고민시간이 필요해서, 설 연휴 이후에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서울대 출신 인기학과를 졸업해 번듯한 직장을 갖고, 결혼까지 한 30대 초반 여성도 조금 전 '의대 입시'를 문의했다"면서 "가족들 모두가 지원해줄 수 있다고 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 또한 "평소보다 한 2배 정도 문의가 많기는 하다"면서 "의대 준비생이 올해 9500여 명에서 내년에는 1만 5000명 수준으로 6천여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지역 인재 전형이 확대된다고 하니까 초등학교 고학년 단계에서 지방권 소재 학교로 가는 것이 오히려 의대 진학에서는 유리하지 않겠느냐 이런 문의도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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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도 "대학교 1학년을 마친 학생들은 2학년에 올라가기 전에 휴학을 하고 의대 준비를 할지 고민을 하는 경우가 아마 많아질 거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의료계 변화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자칫 교육계의 '의대 광풍'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은 직업이기 때문에, 적성에 대한 고려 없이 그냥 다 이렇게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그냥 점수에 맞춰서 의대에 진학할 경우 끝내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가톨릭대 성기선 교수는 "기초과학이 무너진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니 출세 지향적인 우리 사회의 풍토로 인해 의대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학벌사회를 더 강화하는 것이고, 직업 간의 불균등이 심화되면서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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