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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4년 만에 파업 카드 꺼낸 의협... 정부, 집단행동 금지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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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코로나 등 힘입어 증원 백지화한 경험
전문가 "이번엔 증원 막기 쉽지 않다"
복지부, 업무개시명령 등 조치 시사에
의협 "파업 참여자 법적 지원" 배수진
한국일보

2020년 8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전공의들이 벗어놓은 의사 가운 위로 붙은 입장문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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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결정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강력 반발하면서 '의사 총파업'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의협 집행부에 대해 의료법상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리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전임 정부에서 의대 증원을 추진했던 2020년에도 의협은 집단 진료거부로 증원을 저지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상황이 판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전 당시 의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걷힌 반면,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정부 의지와 여론 지지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오후 의대 증원 결정을 발표하며 "의사들이 환자의 곁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만에 하나 불법적 행동을 하면 원칙과 의무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법 59조에 근거해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령하고, 이를 어길 경우 행정처벌, 고발조치 등 제재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위기단계(총 4단계)는 2단계 '주의'에서 3단계 '경계'로 상향했다. 의협의 총파업 주장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는 의협이 파행을 강행할 경우 업무개시명령도 검토하고 있다. 의료인이 업무개시명령을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자격정지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복지부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을 상정하고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유연성을 갖고 정원을 협상하자고 했지만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집행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거쳐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의 법적 조치에 대비해 투쟁에 참여하는 전공의나 의대생에게 법률적 지원을 하겠다"고 배수진도 쳤다. 같은 시각 정부와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막판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설전만 벌이고는 4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의협의 강경 행보를 두고 4년 전의 재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10년 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고 이 중 3,000명은 중증·필수의료 분야에 10년 동안 의무 종사하는 지역의사로 뽑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협은 그해 8월 총파업 선언으로 맞섰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의료공백 속에 대학병원의 핵심 진료 인력인 전공의들이 80% 이상 진료거부에 동참하자 정부는 결국 9월 정책을 철회했다.

의협의 '파업 카드'가 이번에도 효과를 낼지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확고한 증원 의지를 밝혔고 국민 대다수가 증원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파업하면 오히려 의사들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는 압도적 찬성 여론을 받고 있기 때문에, 파업을 오래 끌기도 힘들고 장단기적으로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 증원 발표를 앞두고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의사들의 숙원을 들어준 점을 의협이 의식할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청년·예비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적극 가담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거라는 예측도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의장은 "의사들 중에서도 정원 확대에 가장 민감한 이들이 전공의와 의대생"이라며 "증원이 실현되면 실질적으로 경쟁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의대 증원 반대는 공정 이슈와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위원장은 "본인은 정원 3,000명일 때 기를 쓰고 공부해 의대에 입학했는데 정원이 늘어나 의대 입시 난도가 하락하는 것을, 전공의나 의대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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