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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지난해 말부터 공모주 투자에 한창이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종목에 대한 분석이나 공부를 따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공모주 청약에 소량씩 자금을 넣고 있다. 국내 개별 종목에는 약 1억 원가량 투자했는데도 전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소량씩 투자한 공모주에서는 꾸준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어서다. 김 씨는 “재테크 스터디에서 공모주는 시초가에 팔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본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며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느니 치킨값이라도 버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공모주 시장을 중심으로 단타(단기투자) 문화가 형성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타 문화는 개인과 기관 투자자 모두에 해당한다. 투자 주체들이 공모주에 대한 전망보다는 단기 차익실현에 집중하면서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5일 이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상장한 18개 종목(이전상장 제외)의 최소 청약 건수 평균은 11만409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장한 14개 종목(6014건)의 18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기간 가장 큰 최소 청약 건수를 기록한 종목은 DS단석으로 10주 청약에 총 50만8388건이 몰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장 높은 최소 청약 건수를 기록한 종목은 미래반도체로, 7만6171건에 불과하다.
2021년부터 중복 청약이 금지됐는데도 최소 청약 건수가 급증한 건 개인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이 유입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소 청약단위는 평균 25주가량으로, 10~50주의 작은 규모에 주로 개인투자자가 대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모주로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올해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2%, 6% 넘게 하락했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당장 수익이 나쁘지 않은 공모주에 자금이 몰린 셈이다.
문제는 개미들이 공모주 종목에 대해 일명 ‘단타 투자’에 그친다는 점이다. 최소 청약으로 투자금과 투자 위험을 최소화한 뒤 상장 직후 시초가 인근에서 무조건 파는 양상이 성행하며 시장 가격 형성에 악형향을 미쳐서다.
기관도 단타 문화는 마찬가지다. 최근 기관 투자자 사이에서는 공모주 청약 시 의무보유 확약을 꺼리는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통사 기관 투자자는 공모주 투자 때 최대한 많은 주식을 받기 위해 의무보유 확약을 걸어왔는데, 최근에는 상장 직후 매도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의무보유 확약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포스뱅크의 경우 국내 기관 투자자의 미확약 비율 평균이 87%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 상장 당일 ‘따따블’(주가가 공모가의 4배까지 상승)을 기록한 DS단석도 기관투자자 81.2%가량이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상장한 블루엠텍은 99%가 넘는 기관투자자가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았다.
기관투자자 대다수가 공모주 수요예측에서는 희망 공모가를 높이 제출한 뒤, 의무보유 확약은 하지 않으면서 상장 당일 빠르게 매도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를 분석할 정도의 능력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기관이라는 이름으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무조건 청약을 받고 상장일에 단타를 해 남는 장사를 하겠다는 분위기”라며 “기관 투자를 통해 바람직한 시장 가격을 형성해야 하는 공모주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를 얻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한 IPO 시장 업계 관계자도 “공모주 투자를 할 때 투자 종목이 무슨 업종인지도 모르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정말 많다”며 “기관의 수요예측을 통해 가격이 형성돼야 하는, 아직 시장에서 거래가 충분히 되지 않은 종목을 마구 사들이며 시장가격이 급등락세를 보이는 것은 위험한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이투데이/손민지 기자 (handm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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