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비대면 판매 등 문제 다수
손실 일부 금융사 자율배상 바람직”
분쟁조정-민원 신청 3000건 달해
이달 손실배분 방안 마무리 방침
● “암 보험금·노후 자금도 투자 권유”
이복현 금감원장(사진)은 4일 KBS 방송에 출연해 “불완전판매 내지는 고령층을 상대로 한 부적절한 판매가 있었던 것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며 “현장점검 과정에서 상당한 사실 관계를 금융회사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금융상품 유형별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은 사례들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노후 보장형 자금이라든가 암 보험 같은 것을 받은 소비자는 가까운 시일에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명확히 예측된다”며 “이때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면 안 되는데, 그런 분들에게 (ELS를) 권유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금소법상 적합성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소법상 적합성의 원칙이 있다”며 “설사 소비자가 투자를 결정했어도 ‘최초 권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상품 판매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업점을 찾은 고객에게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판매’를 한 증권사도 있었다. 이 원장은 “창구 방문 고객에게는 상품 설명을 하고 녹취해서 남겨둬야 하는데, 이게 번잡하니까 고객의 휴대전화로 직원이 직접 (상품 가입 과정을) 눌러주며 판매한 경우도 있다”며 “비대면 판매의 대전제를 어긴 것이라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과거 10년 평균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품을 안내해 과거 ‘20년 기준’ 원칙을 위반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 (수익률) 이런 것들을 누락한 상태로 설명하는 등 개별 사안 중 상당히 불법적인 요소가 강한 것들이 확인된다”고 비판했다.
● 금융사 ‘자율 배상’도 압박
금감원은 지난달 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주요 ELS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하며 불완전판매 사실 관계를 파악해 왔다. 설 연휴가 종료된 뒤에는 추가 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판매 규모와 손실액이 크고, 민원·분쟁 건수도 급증한 탓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및 민원 신청 건수는 약 3000건에 달한다.
배상기준안은 크게 불완전판매 주요 유형별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2차 검사를 진행해 이달 중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손실을 배분하는 방안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분쟁조정 절차와 별개로 금융사들이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등 대규모 손실 사태 때도 손해액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배상하도록 금융사들에 제시한 바 있다.
배상기준안이 발표되면 각 상품 판매사들은 해당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피해 조정에 나서게 된다. 다만, 금감원의 조정 결정은 법적 의무가 없는 ‘권고’ 사항에 그친다. 금융회사가 배상기준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번 ELS 사태는 비록 고령층이 많이 투자했지만 투자 경험자가 많고 워낙 오랫동안 시장에서 팔렸던 상품인 만큼 손실 책임을 금융사들에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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