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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호주 주장, 한국에 패한 뒤 “손흥민, 행운을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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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쇼 펼친 호주 주장 매슈 라이언

토트넘 포스테코글루 감독, “손흥민은 국가 영웅”

조선일보

호주 주장 매슈 라이언이 경기 후 올린 손흥민과의 포옹 사진./호주 대표팀 SNS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경기 전 의지를 다지는 과정부터 의가 상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과열된 경기 도중 얼굴 붉히는 건 흔하다. 하지만 경기를 마치면 서로 행운을 빌며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호주 축구 대표팀 주장 매슈 라이언(32·알크마르)이 동갑내기 선수 손흥민(32·토트넘)의 아시안컵 행운을 빌었다. 한국은 3일 호주와 벌인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에서 손흥민의 그림 같은 프리킥 결승골로 2대1 승리했다.

경기 후 호주 수문장 라이언은 손흥민과 함께 포옹하고 있는 사진을 자신의 SNS(소셜 미디어)에 올리며 “대회 토너먼트에 남은 이들에게 행운을 빈다”고 적었다. 그리고 손흥민의 SNS 계정을 태그했다.

한국 선수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이가 바로 라이언이었다. 그는 적이 아니었다면 ‘눈부시다’고 표현했을 법한 선방쇼를 연달아 펼쳤다. 몸 날리는 라이언의 모습에 한국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짚기도 했다. 한국은 이날 9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7개는 라이언 선방에 가로막혔다. 손흥민과 황희찬(28·울버햄프턴) 활약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손흥민도 결국 인간일 뿐”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라이언은 경기 후 “그는 정말 좋은 선수고 영리하다”며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손흥민과의 사진을 올리며 다시 행운을 빈 것이다. 두 주장은 경기 도중에도 서로에 대한 존중을 드러냈다. 1-1로 정규 시간을 마치고 연장 돌입 전, 둘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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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손흥민이 프리킥을 날릴 때 호주 수문장 라이언이 몸 날리는 모습. 한국은 손흥민의 골이 성공하며 2대1 승리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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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라이언은 이미 수차례 맞대결을 가진 바 있다. 2017년 라이언은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잉글랜드 브라이턴으로 둥지를 옮겼다. 강점인 동물 같은 반사신경을 앞세워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의 슈팅을 막는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 등을 거쳐 현재는 네덜란드 리그 알크마르에서 뛰고 있다. 호주 대표팀 90경기에 나선 주전 수문장이다. 184cm로 골키퍼 치고 키는 작지만 침착하고 빌드업 능력도 준수하다는 평가다. 호주가 2015 아시안컵서 우승했을 때 라이언은 주전 골키퍼로 나섰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호주의 16강 진출을 이끈 이도 라이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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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한국-호주 경기 결과를 들은 후 "손흥민이 대회 끝까지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EPL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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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행운을 빈 호주인은 또 있다. 호주 국적의 안지 포스테코글루(59) 토트넘 감독은 한국이 모국 호주를 떨어뜨렸다는 소식을 접한 후 “진심으로 손흥민이 대회에서 끝까지 갔으면 한다. 우리는 당분간 손흥민 없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의 모습에 난 너무 기쁘다. 손흥민은 국가적인 영웅”이라고 했다.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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