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4일 이 대표 만나 준연동형에 힘 실어
당내는 병립형 회귀, 준연동형 유지 찬반 팽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 예방 후 자신의 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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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르면 5일 총선 선거제 관련 최종 결론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 대표에게 비례대표 선거제 결정 권한을 위임했다. 병립형 회귀를 선택한다면 약속 파기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준연동형 유지를 결정하면 위성정당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는 4일 경남 양산 평산 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고, 5일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오늘 저녁에 (최고위원들과) 최종적으로 협의할 것 같다”며 “이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받아서 결정하고, 입법사항이니까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서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내일(5일) 아침에 발표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월요일(5일)부터 설 연휴(9일) 전에 발표할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당원들은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 안에서는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 그런 기류들이 있다”며 “지도부가 의견이 엄청나게 많이 갈려서 잡음이 나올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9명의 최고위원들 중에서는 홍익표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병립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전당원 투표는 안할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말에 당원 여론조사,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는데 의견이 비슷하다. 당원들의 60% 이상이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근 그룹과 의원들은 여전히 의견이 팽팽한 상태다. 한 최고위원은 “전략을 담당하는 (이 대표) 측근 그룹 중에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서 반반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약 80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두고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반발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의 약 절반이 공개적으로 병립형 회귀에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 대표가 선거제 발표를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을 만난 것도 변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힘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도 함께 힘을 모아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럼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이에 대해 “준연동형 비례제에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이 대표에게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 대표로서는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즉각적인 당내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약 절반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이탄희 의원은 병립형 회귀를 막기 위해 총선 불출마 카드까지 던진 상태다. 녹색정의당 등 군소 정당들의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의 손이 아닌 국민의 손을 잡아야 한다”며 준연동형 유지를 압박했다. 이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위성정당 창당 금지를 약속했다는 것도 부담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에는 위성정당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기본소득당 등 군소 정당 3곳이 새진보연합으로 출범해 민주당의 위성정당 역할을 대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이 전면에 나서진 않으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 체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새진보연합이 총선에서 앞번호를 배정받기 위해선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위성정당에) 관여 안 할 방법은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100% 포기한다는 것 빼고는 없다”며 “비례 정당이 10~20개 난립할 텐데 현역 의원 없이는 다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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