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기차, 美 정보 보안 위협" 美상무장관 발언…中매체 "규제 중독 美 반시장적 행태"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에서 수출 기다리고 있는 중국 자동차들 |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침체한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신산업으로 꼽힌 전기차 업계 전망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주최 간담회에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는 운전자나 차량의 위치, 차량 주변 상황과 관련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한다"면서 "이런 정보가 중국에 보내지는 것을 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국산 전기차를 '안보 리스크'와 연결 지은 러몬도 장관의 이런 언급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 일부 상품에 더 무거운 수입 관세를 부과할지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SCMP는 러몬도 장관 언급이 작년 10월 유럽연합(EU)의 반(反)보조금 조사로 첫 타격을 입은 중국 전기차 업계에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둥진웨 BBVA 리서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전기차 산업이) 해외 국가에 고정적으로 수출할 수 없다면 중국의 현재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환경을 악화시키고, 경제 회복에 대한 가계와 기업 심리를 약하게 만든다"며 "미국에서 전기차 문제가 국가 안보 문제로 확대되면 별개의 지정학적 긴장을 낳고, 중국의 성장 전망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전기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작년 세계 제1의 자동차 수출국으로 뛰어올랐다. 덕분에 전기차(신에너지차)는 좀처럼 경제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배터리·재생에너지 등 산업과 함께 지원을 집중하는 분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 헤론 림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아시아·유럽의 핵심 고객을 보유한 미국·한국 제조사들에 비해 미국 시장에서 뒤처져있다"며 "미국의 규제가 가져올 파급효과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 투자를 유치하려던 멕시코가 미국으로부터 "주의하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중국의 차세대 성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의 시장을 제한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세계화 싱크탱크의 왕쯔천 연구원은 "2023년 중국 총수출액은 23조7천700만위안(약 4천469조원)인데, 전기차·배터리·태양에너지 등 중국이 내세우는 '3대 신상품'의 수출량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 양 왕은 다소 다른 관점에서 "중국이 배터리 기술 등 전기차 영역에서 상당히 앞서 있기 때문에 미국의 추가적인 기술 제한은 반도체나 인공지능(AI) 같은 영역과 동일한 효과를 낼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러몬도 장관의 언급이 '반(反)시장적 규제 중독'을 보여준다면서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인민일보 계열의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논평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결국 미국·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은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고, 이런 추세는 중국의 제조 역량에 따라 결정되는 필연적인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 '국가안보 리스크' 딱지를 붙이는 비열한 행위를 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증거 없이 중국 업체나 산업을 압박할 때 즐겨 쓰는 핑계"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우리는 자연스러운 경제적 경쟁에 반대하지 않지만, 불공정한 수단으로 라이벌을 억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경쟁해 이기길 바란다면 공정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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