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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연금과 보험

"분기에 1번 병원 가는데"…병원 덜가면 '12만원' 환급·과잉 도수치료는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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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발표

10조원 이상 건보 투입해 필수의료 집중 지원

"꼭 필요한 곳에"…2026년부터 적자, 과잉진료는 막는다

정부가 건강보험 운영 방향을 기존 '의료비 부담 완화'에서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환해, 전 국민의 '의료 보장성 강화'와 건보 '재정 안정성 확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건보 재정은 2026년부터 당기수지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정부는 2028년까지 5년간 10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투입해 필수 의료는 강화하되, 과도한 진료로 돈이 새어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 지출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중증·응급의료 등 공급이 부족하거나 소아·분만 등 수요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올리는 데에 지원을 집중하고,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소득 하위 30% 취약계층은 본인부담상한액을 동결한다. 또한 과도한 외래진료는 줄이고, 물리치료 등 급여진료와 병행해 받았던 도수치료 등의 비중증 비급여 진료는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4일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제도 정책 목표와 추진 방향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 2019년 1차 종합계획 발표 이후 이뤄진 이번 2차 계획에는 필수의료 강화와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 운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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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소아 분야에 '공공정책수가' 도입…고위험 분만 정책가산 30%→200%로 확대

복지부는 업무 강도가 높고 자원 소모가 많지만 저평가된 필수의료 항목의 상대 가치 점수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의료 수가를 인상한다. 내시경 수술 등 저평가된 수술·처치 수가와 화상, 수지 접합, 소아외과·이식외과 등 고난도·고위험 수술 수가 등이 대상이다. 평일 주간은 기존 50%에서 100%로 오르며, 평일 야간·공휴일 주간은 100%→150%, 공휴일 야간은 100%→200%로 바뀐다. 상급종합병원의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의 수가도 올해부터 인상된다. 상대가치 점수 조정 주기는 기존 5~7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의료환경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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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행위별 수가 산정 방식으로 충분히 보상되지 못했던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정책수가'가 도입된다. 의료행위 난이도, 위험도, 시급성, 숙련도, 소요 시간(대기·당직) 등이 반영된다. 분만·소아 분야에 우선 적용한다. 분만의 경우 인프라 강화를 위한 지역수가 55만원, 안전정책수가 55만원이 도입되며 응급 분만에도 55만원의 정책수가가 새로 생긴다. 고위험 분만에는 정책가산이 기존 30%에서 200%로 확대된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나 중증응급센터 등 중증·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사후에 보전하는 대안형 공공정책수가도 도입한다.

◆의료 이용 적으면 보험료 10% 바우처로 환급…'생애주기' 맞춰 검진항목 조정

지금까지의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은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및 비용부담 경감'에 무게가 실렸지만, 최근 인구감소 등으로 건보의 '지속가능성'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고 모든 의료 영역에 급여화를 추진하다 보니 과다 의료 이용, 비급여 진료 확대 등으로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10년간(2012년~2021년) 간 보험료 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은 7.6%인데 반해 총진료비 증가율은 이보다 0.1%포인트 높은 7.7%였다.

이번 계획에서 정부는 '예방'과 '관리'에 중점을 둔 보장성 건보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건강검진의 경우 생애주기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건강검진'을 추진해 건강검진 항목을 조정,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 이용 빈도가 낮으면 건강보험료를 환급해주는 제도도 검토한다. 건보 가입자 중 분기에 한 번 미만 등 연간 의료 이용이 현저히 적은 사람은 전년 납부한 보험료 10%(연간 최대 12만원 한도)를 의료기관 또는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이 사업은 의료 이용량이 적은 청년(20~34세) 대상 시범사업으로 우선 도입한 다음 평가를 거쳐 전체 가입자로 확대한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도 나선다. 복지부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소득 하위 30%의 본인 부담상한액을 올해부터 동결하기로 했다. 현재는 전년도 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매년 조정하고 있다.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지만, 모르고 신청하지 않아 매년 240억원 규모가 환급되고 있는데 홍보 강화를 통해 이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고가 장비 무분별한 설치·과다 사용 제한

복지부는 과잉 의료 서비스와 불필요한 의료쇼핑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올해부터 외래진료가 가능한 환자의 입원 등을 유도하기 위한 병상 신·증설은 제한된다. 또한 CT, MRI 등 특수 의료 장비 설치기준도 강화해 고가 장비의 무분별한 설치를 억제한다.

환자를 겨냥해서는 적정 의료 유도를 위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의학적 효과성이 불분명하거나 필요도가 낮은 의료에 대해서는 건보료 본인 부담을 상향하고, 외래 진료비도 손본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이용 횟수는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회에 비해 3배나 많다. 이에 잦은 외래 진료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의 혼합진료(비급여+급여 진료)도 제한한다.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패키지로 진행하는 경우 건보 적용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건보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이 같은 지출 효율화·구조개혁을 추진하되 중장기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적정 보험료율, 국조 지원 등 수입 확충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건보 재정은 2026년부터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2026년에는 3072억원, 2027년에는 7895억원, 2028년에는 1조5836억원 등으로 적자 폭은 커진다. 복지부 측은 "향후 5년의 재정전망은 2026년부터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추계할 수 있지만, 수입·지출의 변수 변화에 따라 매우 다양한 전망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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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계획을 통해 꼭 필요한 의료를 튼튼히 보장하고, 합리적으로 가격을 조정해 의료 공급을 정상화하겠다"면서 "불필요한 의료쇼핑 등 의료 남용은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과 의료혁신 지원체계를 구축해 미래에도 계속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이 적정하게 받는 건강보험 혜택을 계속 지원하고, 필수의료 등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나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는 5년간 10조 원 이상을 집중 지원하겠다"면서 "필수의료 대책이 안정적 재정 지원으로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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