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 만든 예장여연 홍기숙 대표
“신앙 결부된 성범죄 대응 어려워… 지원 받을 방법 알려줘도 큰 도움”
작년 8월 개신교 내 처음 개설
내달 1일부터 2기 교육 시작
홍기숙 예장여연 대표는 “세상을 밝고 이롭게 만드는 중심에 교회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뒤처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 설립 등 다양한 노력으로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의식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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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사회를 끌고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뒤처져서야 되겠습니까.”
29일 서울 종로구 여전도회관에서 만난 사단법인 예장여연 홍기숙 대표는 지난해 개신교 내에서 처음으로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를 만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산하 단체인 예장여연은 지난해 8월 센터를 개설하고 같은 해 12월 1기 수료생 25명을 배출했다. 다음 달 1일부터 2기 교육이 시작된다.
―교회에서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를 만든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교회 내 일반 상담센터에서 성폭력 상담을 해주는 곳은 있지만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를 만든 곳은 저희가 처음인 것 같아요.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사실 성폭력 문제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스스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교회는 신앙이라는 문제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더 어렵지요. 그래서 문제가 발생해도 쉬쉬하는 일이 많고, 주변에서 함께 아파하기보다 오히려 2차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주변에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혼자서 끙끙 앓지 않고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게 됐지요.”
―성범죄가 신앙과 결부돼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요.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목사 자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어요. 사이비 종교에서는 목사가 아예 신자들을 그렇게 길들이기도 하지요. 원래도 신자들은 목사에게 순종하고 의지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되면 성추행, 성폭행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주변에서 2차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요.
“자기가 다니는 교회가 문제 있는 교회로 입에 오르내리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좀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분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네가 어떻게 하고 다녔기에…’ 이렇게 대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교회 공동체라는 특성 때문에 ‘용서해라’ ‘기도로 이겨내자’ 이런 식으로 대하기도 하고요. 피해자는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수료생들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습니까.
“현재는 자기가 다니는 교회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어요. 다음 달 1일부터 2기 교육이 시작되는데 인력이 쌓이면 전문 상담센터를 만들어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피해자도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니야’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피해자 자신도 어떤 경우에는 그런 착각에 빠지기도 해요. 나이가 있으신 중장년 여성분들은 과거에 워낙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아서 더 많고요. 수료생들이 완전한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그런 분들에게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다’는 걸 알려주고, 교회와 사회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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