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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스프] 이것은 폭동일까,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현실 그리고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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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부 지린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수천 명이 최근 여러 공장에서 잇따라 파업과 폭동을 일으켰다."

이 내용 이미 접한 분들도 계실 텐데,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탈북민인 고영환 통일부장관 특보가, 여러 정보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주장한 내용입니다. 최근 일본 산케이 보도를 통해 처음 공개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2020년 이후 자신들이 받아야 할 임금이, 중간 관리자들에 의해 '전쟁 준비 자금' 명목으로 모두 북한에 보내진 걸 뒤늦게 알게 돼 분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 노동자들은 지난 11일쯤부터 자신들이 근무하는 중국 지린성의 여러 의류 제조 업체, 수산물 가공 하청 업체 공장에서 파업을 벌였고, 심한 경우 북한 간부를 인질로 잡고 폭동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에 김정은 정권은 중국 선양에 있는 북한 총영사와 보위성 요원을 급히 보내서, 임금을 즉시 지불하는 조건으로 지난 15일쯤 사태를 수습했다는 게 고영환 특보의 설명입니다.
고영환|통일부장관 특보
월급을 계속해서 체불해 왔는데 코로나 끝난 다음에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래요.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중략) 돈이 다 평양으로 갔다 그러니까 이제 결국은 분노를 해서 (중략) 관리 성원들을 이렇게 이 밀폐된 방에다가 잡아놓고 구타하고 재봉틀 같은 거 부수고 집기들 파기하고 이런 격렬히 저항을 했다고 그래요.


일단, 실제 이 일이 있었는지 여부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통일부와 외교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겁니다. 중국 정부도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으로 말미암아 다양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즉, 국정원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게 맞다'고 콕 집어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통일부, 외교부의 반응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좀 더 실은 것입니다. 그리고 통상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자주 내온 국정원이, 정작 이번에는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연계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을 환기시킨 점도 눈에 띕니다.

그런데,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여건이 얼마나 열악하길래 국정원의 표현대로 "다양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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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실태



통일부가 매년 발간하는 북한인권백서에 담긴, 외화벌이 노동자 출신 탈북민들의 증언을 보면 적나라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소속 회사와 파견 국가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최소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간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고, 하루 15시간씩 주말 없이 근무해도 정작 손에 쥐는 월급은 20만 원이 채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열악한 근로 환경 속에 과도한 상납금을 요구받는 데다 중간 관리자에게 임금까지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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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춥거나, 날이 많이 더워도 북한 노동자들은 '노동'을 피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 일부 지역의 경우 최저 기온이 영하 40도 안팎으로 떨어지고, 반대로 쿠웨이트는 한낮 최고 기온이 60도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덥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각각의 극한 상황에서 일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각각 해당 국적 노동자들에 비해 북한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높은 것은 물론입니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일하는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외부와의 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된 '집단생활'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해외로 파견돼 외국에 발을 딛는 순간, 여권 등의 신분증명서를 중간 관리자에게 모두 압수당합니다. 고된 노동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중간 관리자가 신분증을 돌려주지 않는 한 적법한 방법으론 돌아갈 방법조차 없는 겁니다.
신분증 압수 관련 증언들 (2016년 10월 탈북인 인터뷰 / 북한인권백서)
"(나가자마자) 안전부에 다 바쳐야 해요.)"
"내꺼 증명서 여권은... 우리 책임자가 다 모아가지고 갔어."
"우리가 갈 때는 여권은 내가 가지고 목적지까지 가요. 그다음에는 경찰이 몽땅 다 뺏어요. 안 줘요. 여권을 다 뺏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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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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