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이다.
이 작품은 2021년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는 하비상을 받았고, 올해 '만화계의 칸 영화제'라고 불리는 앙굴렘국제만화축제 공식 경쟁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이처럼 해외에서 연달아 주목받는 이유로는 '엄마들' 특유의 적나라한, 그래서 어딘가 공감하게 되는 현실 묘사가 꼽힌다.
웹툰 '엄마들' |
'엄마들'은 너무 생생해서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우리 주변 중년들의 생활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 이순심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밤마다 침대에서 뒤척이며 노후 준비를 걱정하고 아침이면 빌딩 청소용역 노동자로 열심히 일을 한다.
끊임없이 도박 빚을 지던 남편과는 진작에 갈라섰다. 슬하에 딸 하나에 아들 둘을 뒀지만, 다 키워냈다는 해방감만 조금 남았을 뿐 별다른 의지가 되지 않는다.
10년째 사귄 애인도 있다.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종석과 헤어졌다 사귀기를 수도 없이 반복 중이다.
쉬는 날이면 친구들과 함께 사교춤을 추러 다니거나 등산하며 남자를 만난다.
늘 애인에게 돈을 떼어먹히거나 배신당하면서도 쉴 새 없이 연애를 거듭하는 연순, 부잣집 사모님이지만 남편과 맞바람을 피우며 5살 어린 잘생긴 남자친구를 만나는 명옥 등이 주요 멤버다.
웹툰 '엄마들' 한 장면 |
이 중년의 세계에서 결혼은 물론, 연애도 독점적인 관계가 아니다.
순심의 10년 된 오랜 남자친구 종석은 또 다른 여자와 3년째 연애 중이다.
명옥이 만나는 연하 남자친구에게는 10년을 사귄 또 다른 여자가 있다. 이 남자는 대놓고 오랜 여자친구와는 의리를 지켜야 하고, 명옥은 돈 때문에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 앞에서 중년 남녀는 더 노골적으로 구애하고, 질투하며, 분노한다.
순심과 종석의 또 다른 애인은 문자로 욕설을 퍼붓다가 아예 길 한가운데서 드잡이하기도 한다.
일하는 것도 쉽지 않다.
건물 관리소장은 순심을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을 윽박지르고 은근슬쩍 추행한다.
부당함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다가, 괜히 밉보이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순심은 작 후반 뻔뻔하게 양다리를 걸친 남자친구에게도 단호하게 이별을 고하고, 집에서 빈둥대는 아들도 독립시킨다. 소장 역시 언론에 찔러 해고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속 시원한 결론은 아니다.
순심도 일자리를 잃었고, 언젠가 또다시 남자친구에게 다시 연락이 오면 10년 넘게 이어온 지루한 애증 관계를 이어갈지 모른다.
이 작품 속 중년 여성들에게는 통상적으로 '엄마'라는 단어에 따라오는 따뜻함과 인내, 희생, 모성애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이들은 치열하게 일하고, 울고불고하며 사랑에 매달리는, 20대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
그래서 아직 중장년의 연령대에 이르지 못한 독자들도 이 이야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인지 마지막 화를 읽고 나면 우리 엄마를, 주변에 스쳐 가는 중장년 여성들을, 그리고 중년에 다가서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엄마들'은 2015년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됐으며, 현재는 카카오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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