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상 한국열린사이버대 디지털비즈니스학과장 겸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 |
챗GPT가 일반에 공개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우리는 지난 10년 간의 변화보다 더 큰 사회적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거의 분기마다 업데이트되는 챗GPT의 새로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많은 유료 사용자들은 인공지능(AI)과 한 팀으로 일하며 생산성의 현저한 향상을 경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검색엔진 대신 챗GPT의 플러그인을 활용해 정보를 검색하고, 데이터를 활용하고 생산할 때도 멀티모달 AI를 활용하면서 미디어 소비 행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AI 활용 역량이 소수의 전문가에게 집중되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그러한 능력이 대중화됐다고 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은 한때 수학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전문 소프트웨어(SW)를 통해 독점적으로 수행했던 작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챗GPT의 '고급 데이터 분석(Advanced Data Analysis)' 기능을 활용하면 누구나 AI와 대화하듯이 데이터를 탐색·분석하며, 필요한 형태의 그래프로 시각화를 할 수 있다. 단순한 '프롬프트' 지시문만으로 예측 모델을 생성하고 미래의 성과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데이터 과학자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 내에 데이터 과학자와 실무자가 보다 긴밀히 협업해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데이터 과학자도 실수를 줄이면서 신속하게 정밀한 결과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ChatGPT의 'Advanced Data Analysis' 기능을 이용해서 고객의 소비 성향을 자동으로 분류해서 분석하는 클러스터링 분석(왼쪽 그림)과 금융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주성분 분석 방법(오른쪽 그림)을 단순한 몇가지 프롬프트 만으로 실행해 얻은 결과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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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놀라운 성능 향상과 발전은 사회 전반에 걸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산업적으로도 AI의 영향력과 도입 전략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AI는 주요 화두였다고 한다. CES 기간 중 한 패널 토론에서 AI의 선구자인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가 “AI가 이제 전기와 같이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 됐다”고 말한 것은 좋은 비유라고 생각한다. 전기가 산업용이나 가정용으로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는 범용적 에너지이자, 제품 형태에 따라 필요한 만큼 조절이 가능한 인프라라는 점에서 그 비유는 적절하다. 전기는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표준 인증체계가 잘 구축된 기술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AI everywhere(모든 곳에 인공지능)' 시대, 즉 AI가 어떤 산업이나 인프라에도 존재하고 우리 일상에 늘 내재한 기술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AI를 범용 기술로써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달에는 CES에 못지않게 AI 분야의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서 맞춤형 GPT를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GPT스토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범용적 AI 기술을 설명하는 데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맞춤형 GPT는 개인이나 조직의 필요에 맞춰 챗GPT를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용자는 자신만의 대화 스타일, 전문 지식 범위, 특정 어휘를 사용하는 챗GPT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GPT스토어는 이러한 맞춤형 GPT를 사용자가 서로 공개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마치 유튜브에서 사용자가 제작한 영상을 시청하고 구독하는 것과 유사하게, GPT스토어는 사용자가 제작한 맞춤형 GPT를 공유하며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잘 가르치는 유명 강사에게 수강생이 집중되 듯, 잘 설정된 맞춤형 GPT에도 사용자가 몰릴 것 같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교육 과정, 특히 수능 시험을 대비하도록 설정된 맞춤형 GPT가 있다면, 인터넷 강의 대신 AI 서비스를 더 자주 이용하게 될 것이다. 개념도 설명해주고, 문제 풀이도 해주고, 모르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언제 어디서나 물어볼 수 있고, 무제한으로 문제 생성 기능까지 제공된다면 사실상 무제한 일대일 과외 서비스와 같아서 학습 성과가 현저히 향상될 것이다.
다른 예로, 우리가 스마트 제조 분야의 국제 표준화 업무를 맡았다고 가정해 보자. 국제 표준화 기구의 규정과 지침을 파악해야 하고, 문서를 작성할 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그에 더해 새로운 아이템 기획에 필요한 창의적 아이디어도 요구된다.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GPT가 조직 내에 구축되어 있다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챗GPT의 'MyGPT' 기능을 활용해서 맞춤형 GPT를 생성한 후, 수능시험 수학 문제 1번 풀이를 실행한 결과(왼쪽 화면)와스마트제조 분야의 신규 국제 표준화 추진을 위한 아이템 기획 과정(오른쪽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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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적 기술로써 AI는 디지털 전환의 관점에서도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개념이지만, 대다수 조직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고, 실패 위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최근에 한 국제 표준화 기구가 '디지털 역량 성숙도 평가 모델'을 개발하면서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성숙도 간의 연관성을 설명했는데, 이 모델은 디지털 전환에 이르는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다이어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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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숙도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작하는 것은 '디지털 문화의 내재화'라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기업이나 조직이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습관이 먼저 디지털화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조직이 기술적 변화 이전에 문화적 변화를 이뤄야 함을 강조한다. 디지털 문화가 조직에 내재화되면, 정보의 디지털화, 프로세스 자동화, 디지털 전환 등의 기술적 변화가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 그림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요소는 전체 단계를 순환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화살표다. 디지털 성숙도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 여정은 반복적이어야 하고 빠르게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궁극적 최종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 구성 요소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존 AI 기술은 비전, 자연어 처리, 추론 기능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 여정에서 주로 프로세스 자동화나 기존 비즈니스 모델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러한 기술은 종종 제한된 범위나 특수한 목적에 맞춰 사용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챗GPT가 처음 공개됐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고도화된 멀티모달 AI를 활용하게 되면, 어떠한 기업이나 조직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전과는 다른 차원의 실질적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AI 도입은 제품과 서비스 기획, 개발, 마케팅, 고객 관계 관리 등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근본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출현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또 조직의 인적 구조와 일하는 방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예견됐던 이러한 변화가 당장 현실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얼마나 급작스런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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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원론적 설명일 수 있지만, 앞서 소개한 디지털 전환 단계에 따라 몇가지 조직 형태 별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들을 표로 정리해 보았다. 참고로 디지털 전환 여정 이미지를 챗GPT에게 보여주고 각 단계의 배치 의도와 반복적 과정의 필요성을 설명해 준 다음에 얻은 결과물이다. 개개인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AI가 범용 기술로써 모든 디지털 전환의 과정에서 고려되고 활용될 수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기마다 눈에 띄게 변화하는 AI 성능 개선과 발전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출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지라도 AI의 현재 수준과 가용성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다. 또 어떠한 형태의 조직이든 AI를 단순한 기술로만 여기거나 단지 감탄하고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AI를 전기처럼 범용적 기술로 어떻게 도입하고 활용할지, 디지털 전환 여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할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을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조용상 한국열린사이버대 디지털비즈니스학과장 겸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 a1zzosang@ocu.ac.kr
〈필자〉 조용상 교수는 공공, 민간, 학계를 두루 거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혁신 분야 전문가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아이스크림에듀 부사장 겸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에서 디지털비즈니스학과장 겸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표준화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에듀테크 분야와 전자문서 분야에서 여러 워킹그룹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분야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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