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미군 철수 대화 시작 예정”
중동 내 반미감정 고조되는 가운데
미군에 대한 공격 계속되자 입장 바꾼 듯
IS와 이란에 기회 주는 꼴 비판들도
미군이 2022년 1월 27일 시리아 하사케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하사케(시리아)/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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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대혼란을 일으켰던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도 병력을 철수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슬람국가(IS)와 이란에 기회를 주는 꼴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라크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연합군 철수를 놓고 회담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알리나 로마노프스키 주이라크 미국 대사가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CNN방송도 소식통을 인용해 조만간 양국이 미군 철수에 관한 대화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라크 외무부는 이에 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사와 장관 사이에 중요한 서한이 오갔음은 인정했다.
로이드 오스틴(가운데)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해 8월 7일 이라크와 군사 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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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 논의는 최근 중동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양국 입장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간 이라크에선 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특히 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의 중재가 통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군이 주둔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활발해지면서 이라크 내 반미 감정이 고조됐다.
지난주 무함마드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국제 연합군의 주둔 정당성은 끝났다고 본다”며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멘 사나에서 22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이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나/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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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시 최근 미군을 목표 삼아 벌어지는 공격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전쟁 발발 후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이 친이란 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은 횟수는 150차례가 넘는다. 예멘 후티 반군은 미국과 영국의 합동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민간 선박과 미 군함을 공격하고 있다.
소식통은 “미국은 그간 자국군이 공격을 받는 동안에도 이란을 포함한 역내 경쟁자들이 대담해지는 것을 우려해 철군 협상을 꺼렸다”며 “그러나 공격이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계산법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찰스 리스터 선임 연구원은 미군이 시리아에서도 철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복잡한 지역 위기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내 군사적 우선순위를 재검토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탈레반 전사들이 지난해 8월 15일 미군 철수 2주년을 기념하며 순찰을 돌고 있다. 카불/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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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직후 탈레반이 세력을 넓혔듯이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리스터 연구원은 “IS가 탄력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만 중동 책임자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군사 태세를 바꿀 수 있다는 소문은 이란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어떤 신호라도 이란에서는 널리 환영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조너선 로드 중동 책임자는 “만약 미국이 아무런 계획 없이 당장 떠난다면 건강에 관한 지침도 없이 환자를 거리로 내보내는 꼴”이라며 “상황이 악화하면 미군이 바로 그곳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라고 짚었다.
[이투데이/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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