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대기업 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소기업 대출 의무비율 규제 완화와 채권시장 경색도 영향을 끼쳤다. 지방은행들은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연금시장에서 존재감도 키워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5대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조7149억원으로 2022년 동기(8조750억원) 대비 22.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4.2% 증가에 그쳤다.
2022년 3분기말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성장세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8.9%, 7.4% 늘어난 것에 비하면 대기업 대출 성장세는 두드러지고 중소기업 부문은 증가세가 떨어졌다.
지방은행들이 대기업 영업에 힘을 줄 수 있었던 이유로는 최근 대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이 꼽힌다. 시장금리 상승세와 동시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 시장이 경색되며 대기업들이 채권 시장 대신 은행 창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 증가 문제를 겪던 지방은행들의 수요와도 맞아떨어졌다. 실제 5대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2년 3분기 0.21~0.52%에서 지난해 3분기 0.30~0.77%로 늘어났다. 은행별로는 대구은행이 0.37%p(포인트) 상승폭을 보였고, 뒤이어 부산은행 0.26%p, 전북은행 0.25%p, 광주은행 0.20%p 순이었다. 경남은행만이 유일하게 0.13%p 하락했다.
특히 5대 지방은행은 지난해 3분기(7~9월) 동안에만 지난 1년 대기업 대출 잔액 증가분의 46.1%(9058억원)을 늘렸다. 지방은행들이 단기간 내 대기업 대출을 크게 증가시켰던 것은 규제 완화의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차등 적용했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50%로 일원화했다. 그동안은 규제에 따라 시중은행은 원화자금대출 신규 취급액의 45%, 지방은행은 60%를 중소기업에 대출해야 했다. 규제가 완화되며 지방은행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를 조절한 지방은행들은 퇴직연금 부문에도 힘주며 비이자수익을 강화로 만회하려 애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잔액 8조8999억원으로 1년 새 12.5%(9892억원) 늘었다. 전년 증가율은 11.3%(8036억원)였다.
지방은행 측은 연달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퇴직연금 가입자와 운용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기준 운용형태별 퇴직연금 수익률 1위는 △확정급여형(DB) 경남은행, 12.44% △확정기여형(DC) 부산은행 16.46% △개인IRP형 광주은행 17.66% 등 지방은행이 가장 높았다. 오히려 운용규모가 적기 때문에 가입자들에게 맞춤 케어를 할 수 있었다는 게 지방은행들의 설명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중기 의무 대출 비중 완화와 시장 상황이 맞물려 대기업 대출 점유율이 커졌다"며 "비교적 지방은행의 경쟁력이 부족했던 대기업 부문이나 잠재성이 있는 비이자수익 부문을 더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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