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표자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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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이 당대표 궐위(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 또는 그런 자리.)시에도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 내용을 당헌·당규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이 윤리위원회 징계를 통해 이 대표의 대표직을 박탈한 것에 대한 학습 효과로 풀이된다.
23일 개혁신당에 따르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당헌·당규에 비대위 설치 관련 조항이 빠졌다. 통상 주요 정당은 선거 패배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해 비대위 설치를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위는 선출된 지도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당 민주주의를 해친다는 평가가 많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비대위 배제는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의 낙마 과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 낙마 당시 국민의힘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증거인멸교사와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이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후 주호영 비대위가 들어섰는데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2020년 9월 당명 변경 이후 약 3년 6개월 사이 김종인·주호영·정진석·한동훈 등 4명의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다.
대신 개혁신당은 궐위된 당대표의 남은 임기가 6개월 미만일 경우 원내대표, 최고위원 득표 순으로 대표직을 승계토록 했다. 6개월 이상일 경우엔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다시 대표를 선출하도록 했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 조항 명문화도 눈에 띈다. 당헌엔 '대통령인 당원은 당내 경선, 공천, 징계 등 주요 당무에 일체 개입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통령의 정강 정책 국정 반영과 정례적인 당정협의 의무도 명시했다. 이 역시 최근 불거진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을 제외하고 비대위란 제도가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비대위원장은) 국민이 뽑은 것도, 당원이 뽑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 거기에 정통성과 정당성을 부여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대한 의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당헌·당규는 한국의희망과 합당 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합당 실무 논의가 진행 중이라 정해진 건 없지만, 생각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도 "거의 지켜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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