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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조국 수호했던 공지영 "욕 먹으며 감쌌는데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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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 한마디 했더라면"

"이분법 논리·80년대식 구호와 결별"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공개 지지했던 공지영 작가가 자신이 속한 86세대(80년대 학번·1960년대생)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으며 "욕을 먹으면서도 그를 감쌌던 건 당시로선 나름의 애국이고 희생이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었구나 싶었다"고 회고했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과거 공개 지지를 표명했던 조 전 장관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공 작가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사람일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못 했다"며 "꽤 오래 친분이 있었기에 배신감은 더 컸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과오가 드러났을 때 그가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설전을 주고받았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게는 "미안해 죽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에세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해냄)에 자신이 속한 86세대에 대한 절절한 반성을 담았다. 공 작가는 책에서 "SNS를 통해 열렬하게 옹호했던 한 사람이 내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한때 '지킴이'를 자임했던 유명 인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지난 15일 경남 하동군 평거리 마을 자택에서 공지영 작가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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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작가는 소설 '해리'를 발표했던 2018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싸워야 할 악은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쓴 위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 작가는 "그렇게 뒤통수를 맞았음에도 우리 86세대는 그래도 자기가 한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믿었던 것이 화근"이라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본인들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지금의 진보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요즘은 금고 이상 징역형 확정시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하게 하자는 한동훈의 주장은 아무리 국민의힘이라도 맞는 말이고, 예전 같으면 '박근혜 키즈'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이준석도 옳은 말을 하니 예뻐 보인다고 농담처럼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보수로 전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공 작가는 "'보수'로 간 것은 아니다"며 "단 우리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지지하지 않고 비판적 자세를 취하며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20세기에 진작 끝냈어야 했던 이념 잔치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며 "86 운동권이 국회의원이 되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는데도 여전히 낡고 이분법적인 논리를 내세우며 80년대식 구호를 외치는 이데올로기적 동지들과 결별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못 박았다.

공 작가는 "소위 '진보적' 발언을 아무렇게나 하면 다수가 되겠지만 말로만 하는 위선자들은 다 싫다"며 "진보, 보수가 아니라 그 앞에 붙는 '합리적', '극단적' 등 수식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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