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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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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기 위해 ‘개딸 전체주의’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민주화·진보·개혁 세력을 자처해 온 민주당이 이름부터 민망한 이런 지적에 변변한 변명을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힘의 근원인 강성 지지층과 선을 긋기도, 이들이 당내 비주류를 폭력적으로 윽박지르는 행태를 정당화할 뾰족한 반박 논리를 고안하기도 어려운 것이 침묵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무리한 행태는 전체주의라는 이름표가 어색하지 않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에게 좌표를 찍어 문자 폭탄을 날리는 것은 기본이고, 비명계를 '수박'이란 멸칭으로 부르며 당사 앞에서 수박 깨뜨리기 행사를 하는 폭력성을 드러냈다. 압권은 지난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국면이었다. 강성 지지층은 뚜렷한 근거 없이 '가결파 의원' 명단을 만들어 공격했다. 압박을 견디다 못한 일부 의원들은 '나는 부결을 찍었다'고 자백했다. 십자가 밟기가 따로 없는 살벌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허물을 들추기에 앞서 국민의힘 안의 전체주의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홍위병이라고 불리는 일부 여당 초선 의원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경고음은 한참 전부터 울렸다. 홍위병은 1960~7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의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기 위해 동원된 학생 전위대를 일컫는다. 이념 스펙트럼만 보면 민주당과 전체주의만큼이나 국민의힘과 홍위병도 함께 묶기엔 이질적이다. 그만큼 초선들이 과격하다는 뜻이다. 초선 50여 명은 작년 3·8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이 미는 김기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썼다. 윤심 후보의 당선을 보장하기 위해 경쟁 후보의 피선거권과 유권자의 선거권을 앗아간 행위로 집단 이지메란 평가가 나왔다. 홍위병은 지난달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의 용퇴를 촉구한 비주류와 중진 의원들도 겁박했다. 의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대놓고 '자살 특공대' '퇴출 대상' '엑스맨'이라고 모욕을 줬다. 윤심을 오판한 과잉 충성이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해 2월 7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회동에 앞서 나 전 의원은 초선 의원의 연판장 등의 영향으로 당권 경쟁 도중 중도 하차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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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홍위병은 주류의 편에 서서 비주류를 윽박질러 입을 막는다는 점이 개딸과 닮았다. 더 나쁜 점도 있다. 개딸은 일반인이지만 홍위병은 세비 받는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식하는 여당 중진 의원을 여럿 봤다. "원래 초선은 소신파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제는 헌법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자부심마저 내팽개친 채 공천을 받기 위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린치를 가한다. 예전엔 없었던 부끄러운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두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이 충돌했다.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던 일부 초선 의원들은 여기에도 등장했다. 친윤계 이용 의원은 21일 의원 단톡방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기사 링크를 공유했다. 신구 권력 갈등을 널리 알린 기폭제가 됐다. 최춘식 의원도 동조했다. 이제 조용한 수습은 어려워졌다. 이들이 대통령실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것인지, 과잉 충성을 한 것인지는 차차 밝혀질 일이다. 개딸 전체주의를 매섭게 비판한 한 위원장이 초선 홍위병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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