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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스프] 남북관계 없애겠다는 북한, 정작 두려워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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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 (김정은 시정연설)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중략) (헌법의)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최근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처음 언급한 데 이어, 헌법에까지 명문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온갖 남북관계의 상징들을 없애기로 한 건 물론이고, 통일부의 대화 상대인 '조평통'이라는 기구도 폐지하라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본인 아버지인 김정일,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남북관계 업적까지 모두 부정하면서 남북관계를 완전히 끊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물론,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전쟁을 하지는 않겠다'며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최근 툭하면 미사일 쏘고, 툭하면 전쟁 가능성 거론하며 위기감 고조시켜 왔는데요. 북한 정권은 과연 전쟁을 하겠다는 걸까요? 만약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위협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전쟁할 생각 없다'는 김정은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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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최근 최고인민회의라는, 우리로 치면 국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했는데 이 연설에 그의 속내가 담겨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미 이 내용을 접하셨을 텐데요. 사실 전쟁에 대한 언급을 전부 다 모아보면, 김정은이 전쟁을 먼저 할 생각은 없다고 실토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할 생각 또한 없다."

"전쟁이라는 선택을 할 그 어떤 이유도 없으며, 따라서 일방적으로 결행할 의도도 없지만, 일단 전쟁이 우리 앞의 현실로 다가온다면 절대로 피하는데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즉, 미국이든 한국이든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전쟁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도 끝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적어도 먼저 전쟁할 생각은 없다고 선언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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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ㅣ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전쟁이나 전쟁 준비와 관련된 부분들은 실질적인 도발이라는 의미보다는 자신들이 필요한 민족관계 폐기의 명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중략) '한미가 자신들에게 전쟁 위협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그것을 획책하고 있는 남쪽을 민족관계로 볼 수 없다', 이런 논리를 만들어낸 것이거든요."


물론 우발적 충돌은 당연히 주의해야 합니다. 남북 간에 남아있던 소통의 통로가 사실상 다 닫혀있고, 그 외 안전장치들도 일부 없앤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굳이 한국을 적으로 돌리고,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가겠다고 선언하는 건 이런 우발적 충돌로 인한 확전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김정은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들을 염두에 뒀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것 ① 젊은 세대의 '사상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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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전문가들과 함께 정리해 본,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북한 젊은 세대들의 사상이 무장 해제되는 상황입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한국식 말투를 따라 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는데, 이러한 현상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걸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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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시는 이 장면은 저희가 '샌드연구소'를 통해 입수한 것으로, 지난 2022년 평양시가 주민 학습용으로 배포한 영상입니다. 평양 삼마고급중학교 3학년 학생들, 16살의 미성년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유포했다는 죄목으로 끌려 나와 수갑이 채워진채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는 장면입니다. 두 소년의 가족들은 평양에서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바로 이런 장면들도 최근 김정은이 전쟁 위협 수위를 높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처럼 북한은 21세기에 이런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나 싶을 정도의 법들을 만들어 왔는데, 대표적인 게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입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영화나 노래, 그림 등을 보거나 듣거나 보관하거나 유입, 유포하는 행위를 한 사람들을 강도 높게 처벌하는 법인데, 영화나 그림을 본 것만으로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말하자면 10년 가까이 강제로 구금된 상태에서 노동을 하게 되고, 만약 이런 것들을 북한에 직접 들여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하면 사형에 처하게 됩니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북한의 표준어인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려고 남한 말투를 쓰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애자는 취지의 법인데, 가령, 오빠, 남친, 화장실, 휴대폰, 게임과 같은 말을 쓰면 기관, 기업소, 단체에게 북한 돈 100만 원~150만 원의 벌금을 매기고, 개인에게는 10~15만 원의 벌금을 매깁니다. 북한 노동자 평균 월급이 3,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돈인데, 심한 경우, 노동교화형은 물론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선 이렇게 법까지 제정해도,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계속 갖는 양상이 이어지니까, 아예 남한을 완전한 적대국으로 만들어서 남한 문화가 스며들 토대까지 없애버리려고 한 겁니다.
임을출 ㅣ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제가 지금 최근에 나온 탈북자들을 계속 만나고 있어요. (중략) 주민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탈출할 수 있는 어떤 방식 중에 하나가 통일이고, 그게 또 남한과의 어떤 교류 협력이라는 그런 기대가 남아 있는 게 있어요, 여전히. (중략) 그러니까 (김정은은) 남한과의 철저한 단절을 우선 마련하고, 그 토대 위에서 국가 안전과 인민생활 개선을 위한 경제 발전에 집중시키자..."


북한 주민들의 시장 경제 활동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걸로 추정됩니다.
최은주 ㅣ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시장과 같이 좀 자유롭게 거래가 되는 분위기가 생기면 일정하게 좀 사람들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이완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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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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