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온기창고’에서 한 주민이 장을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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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받는 물품만으로는 아무래도 쪽방촌 주민들 식생활이 불균형해질 수밖에 없어요. 주로 라면이나 쌀이 많이 오는데, 늘 이것만 드실 수는 없잖아요.”
19일 서울역쪽방상담소 관계자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주들의 자원봉사 모임인 ‘경영주나눔봉사단’이 십시일반으로 ‘온기창고’에 식료품과 생필품을 후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문을 연 온기창고는 쪽방촌 주민들이 생필품을 무료로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 회원등록을 하면 매월 10만점 적립금이 든 카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물건값을 지불한다. 가격표도 ‘원’이 아닌 ‘점’ 단위로 표시된다. 사실상 무료이지만 ‘구매’ 형태로 이용하는 매장이다.
후원물품을 선착순 방식으로 줄을 서서 ‘배급’받는 기존의 방식은 쪽방촌 주민들의 존엄을 떨어뜨리고, 선착순 경쟁에 유리한 사람들이 물품을 독차지한다는 문제가 있어 이런 방식을 취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온기창고’ 운영에서 지난해 8월 한 주민이 장을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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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은 동자동 온기창고 개소 때 1000만원을 모아 전달한 데 이어 이후 880만원어치의 식료품과 생필품을 더 보냈다. 경남 거제, 전남 광양, 광주 신안, 대전, 인천, 부산, 강원도 춘천 등 전국 거점 매장 12곳의 점주들이 뜻을 모았다. 서울 중구의 소공점 매장에서는 16차례에 걸쳐 500만원 상당의 도시락 1260개를 후원했다.
특히 편의점주들의 ‘센스’는 창고의 또 다른 특색으로도 이어졌다.
후원으로 운영되는 생필품 매장 진열대는 단조로운 것이 보통이다. 잘 팔리는 것들보다 재고가 남는 항목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들과는 다른 경우도 많다. 하지만 동자동 온기창고 진열대는 비교적 다채롭다. 오징어채볶음, 멸치볶음, 카레, 양송이스프, 순대국밥, 육개장, 사골곰탕, 김치덮밥 등 반찬과 간편식품을 비롯해 치약, 칫솔, 냄비, 휴지 등 인기 높은 생필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점주들은 온기창고 현장을 둘러본 뒤 ‘이용자가 원하는’ 물품을 후원하는 것이 온기창고의 핵심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이들은 쪽방촌 주민들이 무엇을 먹고 싶어하는지, 어떤 물품을 자주 쓰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묻고 이를 상자꾸러미에 담아 전하고 있다.
소공점 매장을 운영하는 봉사단장 유정례씨(68)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점포가 (동자동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이왕이면 드시고 싶은 걸 드리고 싶었다”며 “주민들이 직접 매장에 오셔서 둘러보시고 드시고 싶은 걸 말씀하시라고 한 다음 그것들을 드렸다”고 말했다.
서울역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점주들은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주민들이 어떤 걸 좋아하실지 알고 계시는 것 같다”며 “박스에 좋은 물품들만 고이 담아 보내주시는 마음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서울역쪽방상담소는 동자동 온기창고에 500만원 상당의 후원품을 보낸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 지난해 12월 감사패를 전달했다.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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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온기창고 개소 이후 5개월간 814명의 회원들이 다녀갔고, 적립금 2억5000만점 어치, 9만1751점의 후원품을 ‘쇼핑’했다고 밝혔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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