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의원 "국정 기조 바꾸라고 전한 게 전부"
민주당 "경호처장 즉각적인 파면 요구"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18일 전북 전주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전주=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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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경호원들이 외부 행사에서 대통령과 인사하던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입을 막고 행사장 밖으로 끌어내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 손을 놔주지 않고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강 의원은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 말하자 경호원들이 제지했다고 맞섰다. 경호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의 무리한 대응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했다. 정부와 전국 지자체 관계자를 포함해 2,000명 정도가 참석한 행사로, 사건은 윤 대통령이 강당에 입장해 좌석에 있는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발생했다. 내빈들과 차례로 악수를 하던 윤 대통령이 강 의원과 악수를 하고 뒤돌아 서는 순간, 경호원 3, 4명이 강 의원 입을 막고 강제로 몸을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과 강 의원이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참석자와 일일이 악수 나누는 상황이었고 강 의원과 악수했을 때 소리를 지르면서 대통령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면서 "경호처에서 손을 놓으라고 경고했지만, 윤 대통령이 지나간 뒤에도 고성을 지르며 행사를 방해하는 상황이었다. 금도를 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당은 "악수를 하는 도중 인사말을 건넨 상황으로 의원이 소동을 일으키거나, 대통령을 가로막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한 것이 전부"라며 "전북도민의 염원이 담긴 특별자치도 출범식이었던 만큼 날 선 비판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담은 통상적 인사를 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다만 강 의원은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윤 대통령 앞에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던 적이 있어, 경호처에서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소란을 피워 제지당하고 있다. 전주=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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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여야 간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행사장에 참석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의도된 행패"라고 비판했고,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몰상식' 행위로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뜨린 강 의원은 전북도민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경호처가 국민의 목소리를 전한 국회의원을 범죄자 취급하듯 끌고 나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 경호처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한다"고밝혔다.
민주노총 출신 강 의원은 지난해 4월 전북 전주을 재보선에서 진보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돼 주목을 받았다. 해당 지역구는 민주당 출신 이상직 전 의원의 당선 무효로 공석이 됐으나, 민주당 후보간 분열로 강 의원이 당선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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